[기자수첩]
케이뱅크와 토스의 정체성
인터넷전문은행 IPO 의미 다시 생각해봐야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0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 최우형 은행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의 상장 후 사업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케이뱅크)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상장이 순탄치 않다. 내년 7월 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지만 벌써 세번째 철회를 반복 중이다. 세차례나 고배를 마신 배경엔 공모가가 있다. 케이뱅크는 주당 최소 9500원의 공모가를 희망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8500원 이상의 공모가는 과하다고 본다. 


은행으로서의 본질적인 역할조차 완벽히 수행하지 못하면서 플랫폼 혁신성마저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게 케이뱅크에 대한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케이뱅크의 수익구조는 기존 은행의 제한적인 버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신은 아파트담보대출에 의존해 출렁이고, 기업금융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위주라 대기업 수요를 놓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의 연계성도 지적의 대상이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저조한 투자심리는 이미 카카오뱅크 주가에 반영돼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약 5만4000원의 주가로 시장에 진입했고, 최근 주가는 2만1000원선에 머물고 있다. 대주주인 카카오의 주가 부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금융 플랫폼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혁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과도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케이뱅크의 IPO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미국 증시 상장을 공식화했다. 케이뱅크의 수요예측 실패가 토스의 해외 상장 결정을 이끌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장을 추진할 경우 피어그룹의 낮은 밸류에이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금융권은 두 인터넷은행의 정체성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토스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달리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앱(One App)' 전략을 추구한다. 토스뱅크가 아닌 토스로 상장을 준비하면서 은행보다는 종합금융 플랫폼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토스증권, 토스인슈어런스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비중을 키워가며 '미니 금융지주'급의 차별화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상장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 있어 상장은 성장성과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토스의 경우 IPO 시점에서의 밸류에이션보다는 상장 이후 기업가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은 기업의 목적이 아닌 성장의 수단이라는 본질을 짚은 것이다.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한계에 직면한 케이뱅크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케이뱅크는 상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토스는 미국 증시 상장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 실패 사례를 비껴가는 토스와 재도전을 앞둔 케이뱅크의 IPO 사례는 국내 인터넷은행의 미래를 엿볼 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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