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생명'구원투수' 남궁원 대표, 영업기반 확보 '성과'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본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고사성어를 '작심삼일도 300번 하면 3년'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사흘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을 되새기면서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보험사 신임 CEO의 '작심일년'을 들여다보려는 것 역시 긍정적인 해석과 결을 같이한다. 신임 CEO가 처음 세운 경영목표를 지난 1년 동안 추구한 결과를 짚어보고, 이를 근거로 다음 1년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하나생명은 2020년대 들어서만 모두 4명의 최고경영자(CEO)를 경험했다. CEO 연임 사례가 없었던 것은 물론 임기를 다 못 채우고 하나생명을 떠난 CEO도 있던 탓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남궁원 사장의 부담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행히 1년 사이 하나생명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남궁 사장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남궁 사장은 판매채널 확대 등으로 영업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쏟으며 실적 개선 과제를 하나둘 풀어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4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41.8% 증가했다. 보험손익이 1년 사이 300% 넘게 급증하면서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하나생명은 보험상품 판매에서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가 높았으나 남궁 사장 취임 이후 GA(법인보험대리점)와 제휴를 기존 11곳에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그 결과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어나면서 보험손익도 좋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남궁 사장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남다른 각오를 보이며 크게 세 가지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세 가지는 ▲지속 성장을 위한 안정적 영업기반 확보 ▲현장 중심 상품 포트폴리오 구축 ▲건강한 조직 문화를 조성 등이다.
GA와 제휴 확대는 지속 성장을 위한 안정적 영업기반 확보와 관련이 깊다. 당시 남궁 사장은 "늘 어려운 상황이지만 향상심(向上心)을 마음에 새기고 하나생명 지속 성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GA 채널은 방카슈랑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장성 보험 판매에 유리하다. 저축성 보험은 저축과 투자 성격이 강하고 상품 설명도 비교적 단순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도 판매가 원활하지만 보장성 보험은 그렇지 않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등 다른 금융부문의 판매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2023년을 기점으로 보험사 회계기준이 IFRS17로 바뀌면서 하나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IFRS17에서 저축성보험은 단순 부채로 인식되는 반면 보장성보험은 보험금 지급이 확정적이지 않아 미래에 이익이 발생한다고 가정된다.
하나생명의 보장성 보험료수입(개인보험)은 2023년 1~3분기 1788억원에서 지난해 1~3분기 4184억원으로 134% 증가했다.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보장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6.5%에서 80.7%로 치솟았다.
하나생명의 보험사업 기반이 한층 단단해진 만큼 남궁 사장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남궁 사장 이전까지 하나생명은 부진한 실적 흐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는데 실적 개선의 토대를 닦았다는 분석이다.
하나생명의 실적 개선 과제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잦은 수장 교체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0년대 들어 연임에 성공한 CEO는 없고 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온 CEO도 두 명이나 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생명을 바꾸기 위한 하나금융그룹의 고민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0년 3월 취임한 김인석 전 사장은 2년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뒤이어 2022년 3월 취임한 현 이승열 부회장은 하나은행장에 선임되며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2023년 1월 대표에 오른 임영호 전 사장은 1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023년 말 남궁원 사장을 추천하며 "하나생명의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상품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보험이익부문과 투자이익부문의 수익성을 제고시킴으로써 조직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구원투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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