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인사코드 점검
제주은행장 발탁서 드러난 진옥동 회장의 철학
이희수 내정자, '신한저축은행→제주은행' 이동…성과 기반 신뢰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15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희수 제주은행장 내정자. (제공=신한금융)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성과를 보여준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인사 철학을 지니고 있다. 당장 지난해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런 인사 철학은 여실히 드러난다.


신한저축은행 사장에서 제주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희수 내정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한금융에서 계열사 대표가 신한은행이 아닌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 역할을 이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진 회장의 남다른 인사 철학이 예외적 사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다가오는 3월 제주은행장에 취임한다. 해가 바뀌면서 이미 새 대표를 맞은 신한금융의 다른 계열사와 달리 제주은행은 기존 박우혁 행장의 임기가 3월 만료된다.


이 내정자는 현재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가장 오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2021년 1월 신한저축은행 사장으로 선임돼 지난해 말까지 4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고 제주은행장으로 2026년 말까지 임기를 보내면 CEO로만 모두 6년을 일하게 된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사장 등은 이제 막 3년 차 임기를 시작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9곳 계열사의 대표를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금융은 이 내정자를 발탁하면서 "은행계 저축은행 중 수익성, 건전성 1위를 달성하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신한저축은행에서 보여준 탁월한 경영 능력을 제주은행에서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가 장수 CEO 계보에 이름을 남기게 된 데는 그의 경영 성과뿐 아니라 진 회장의 남다른 인사 철학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신한금융에서 계열사 대표가 신한은행이 아닌 다른 계열사 대표로 발탁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가 신한은행장으로 발탁된 사례는 있지만 계열사 대표가 신한은행이 아닌 다른 계열사 대표로 발탁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조 전 회장과 위 전 행장은 각각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신한카드 대표를 지낸 뒤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본래 진 회장은 한번 신임한 인물은 쉽게 내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진 회장은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은 계열사 대표에 대해서는 충분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인사 철학을 지녔다.


진 회장은 2023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모든 계열사 CEO를 유임하며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하며 금융권 관례를 깨고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한 점 등에서도 진 회장의 인사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보통 금융권에서는 첫 임기로 2년을 보내고 경영 성과에 따라 1년 추가 임기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진 회장 본인이 신한은행장을 4년 동안 맡으면서 디지털 혁신 작업 등을 추진했던 경험 등이 이런 철학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3월 신한은행장에 오른 진 회장은 2년 임기를 마친 뒤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받아 2022년 말까지 4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이 내정자의 사례는 향후 인재 활용의 한 가지 방안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전까지는 뛰어난 역량을 갖춘 계열사 대표에 대해 최대한 임기를 부여하는 방식이 사실상 유일했다.


더욱이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5곳 계열사 대표 후보에 본부장급 인사를 발탁했다. 사장단에 유능하고 젊은 인재가 늘어난 만큼 인재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또 계열사 대표로 이동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경영진에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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