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구조조정
'캐시카우' 하이닉스, 지주로 꽂히는 현금은 없어
④SK㈜→SK스퀘어→SK하이닉스, 지배력 6.3%에 그쳐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지난해 SK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실적 부진과 유동성 악화 탓에 대대적인 리밸런싱으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SK하이닉스는 묵묵히 효자 노릇을 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등에 업으며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갱신하더니 연간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도 넘보는 수준이다.


문제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지주회사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SK스퀘어가 중간 지주사로 자리하며 SK하이닉스로부터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고 있지만 정작 SK스퀘어는 배당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


향후 SK스퀘어가 현금 배당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가 SK㈜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상 SK㈜의 SK하이닉스 지배력이 6%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SK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 지배구조 현황(그래픽=이동훈 부장)

◆SK하이닉스, 작년 영업이익 20조 돌파 가시권…효자노릇 '톡톡'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SK하이닉스의 매출은 17조5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9조662억원) 9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조299억원, 5조753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23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매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오는 23일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0조원, 8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작년 3분기 이 회사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6조4259억원, 15조3845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연간 매출은 66조원, 영업이익은 24조원 가량을 달성할 전망이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주축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K그룹의 중간 지주사 격인 SKC(-620억원)와 SK에코플랜트(-110억원)의 경우 작년 3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SK E&S와 합병을 마무리한 SK이노베이션 역시 중국발 물량 공세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42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적환했다.


중간 지주사 가운데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곳은 SK스퀘어를 비롯해 SKT, SK네트웍스 등 3곳이다. 구체적으로 작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SK스퀘어 15.9%(244억원→283억원) ▲SK네트웍스 74.9%(164억원→286억원) ▲SKT 7.1%(4980억원→5333억원) 각각 증가했다. 물론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SK㈜, SK스퀘어 거치며 하이닉스 지분 희석…SK온 등 핵심산업 투자여력 '부족'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거둬도 지주회사인 SK㈜로 올라가는 현금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SK스퀘어가 중간 지주사로 자리하며 매년 SK하이닉스로부터 수천억원의 배당을 받고 있지만 정작 SK스퀘어는 배당을 하지 않아서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배당 수익은 각각 3565억원, 1753억원에 달한다. 반대로 그간 SK스퀘어는 자사주 매입·소각 형태로 주주환원에 나서왔다.


SK스퀘어는 2021년 SKT와 인적분할해 설립한 투자 전문 회사로 당시 SKT의 관계사였던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로 이 회사 지분 20.0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SK㈜가 SK스퀘어의 지분 31.5%를 가지며 SK㈜→SK스퀘어→SK하이닉스 형태로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에 대한 SK㈜의 간접 지분율은 6.3%에 그치고 있다. 향후 SK스퀘어가 현금 배당에 나서더라도 SK㈜로 꽂히는 현금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올해 SK하이닉스는 고정배당금을 상향해 총 현금 배당액을 1조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 계산하면 SK㈜로 올라가는 SK하이닉스 배당액은 수백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지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SK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 리밸런싱의 핵심은 미래 성장동력인 SK온 살리기다. 계열사 간의 합병과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배경에는 결국 SK온이 사업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결국 SK온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현재 그룹 내 투자 여력이 충분한 곳은 SK하이닉스 뿐이다.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이는 현금이 지주로 올라가 다시 SK온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SK스퀘어가 중간에 자리하면서 SK하이닉스가 조단위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SK온을 비롯해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인수합병(M&A) 등 SK그룹 리밸런싱은 결국 SK온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며 "SK온이 사업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그룹 자체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그룹 내에서 투자여력을 갖춘 곳은 SK하이닉스 뿐이지만 지배구조상 하이닉스가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SK 구조조정 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