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삼성SDS가 '그룹 맏형' 삼성전자의 실적난에 IT서비스·물류 부문서 주요 물량이 급감하면서 수익 전반이 큰 폭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국제정세 악화에 따라 운임 변동성이 커지면서 다각적인 수익제고 방안이 시급한 시점이지만 새 플랫폼·서비스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만큼 단기 매출 신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그룹이 삼성SDS IT부문을 최대주주(22.6%)인 삼성전자에, 물류부문을 2대주주(17.1%)인 삼성물산에 분할합병시키는 방법으로 각 부문의 운영·관리 역량을 통합하고, 그룹 지배구조까지 강화할 것이란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가 최근 삼성전자 4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영업이익 및 기업가치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되면서 사업구조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기존 컨센서스를 25%나 밑도는 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일부 증권사는 다음날인 9일 삼성SDS의 목표주가를 기존 22만원서 1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SDS 전체 매출액의 60% 이상이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종속회사로부터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단기실적 우려에 따라 투자심리도 휘청이고 있다. 삼성SDS 주가는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당일인 8일 오전 12만9900원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지속 하락하더니 14일 12만4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일주일 만에 4.3%나 쪼그라든 셈이다.
아울러 최근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해·공 운임료가 급변하면서 물류 수익성이 한층 불안정해진 점도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SDS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첼로스퀘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나 늘어난 320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여전히 전체 매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에 물류 부문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와 같은 1.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IT서비스 부문이 13.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12배가 넘는 격차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IT서비스 부문과 물류 부문을 인적분할해 관련 사업을 영위 중인 삼성전자·삼성물산에 합병시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합병에 따른 사업 시너지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SDS와 삼성물산이 최근 운임 인상에 따른 추가 정산 문제로 수백억원대 규모의 법적다툼 벌이는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며 "상황은 다소 상이하지만 LG전자도 과거 자체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계열 분리 전인 판토스를 적극 활용해 운임 부담 등을 일부 덜어냈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그룹이 최근 경영 위기설에 휩싸이면서 '삼성SDS 합병설'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 중이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은 19.34%의 지분율로 삼성생명을 장악하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금산법에 따라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급락한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향후 1년 동안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향후 발행주식 총수가 급감하면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 지분율은 10%를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금융 계열사에 대한 비금융 회사 지분 규제를 한층 강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간고리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삼성물산이 삼성SDS 물류 부문을 품으며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고, 삼성SDS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IT 부문을 흡수해 자사 지배력을 끌어 올리는 방안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물산으로선 삼성SDS가 보유한 5조원대의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삼성전자 지분 공백 우려를 해소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SDS 분할합병이 가시화 된다면 과거 상장 이후 시장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앞서 삼성SDS 설립을 주도했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2014년 삼성SDS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1999년 보너스 성격으로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수천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삼성그룹은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SDS 분할을 추진했지만 당시 이재용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중단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분할 논의가 이뤄진다면 9년 만에 재추진하는 셈이다.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앞선 상장 이슈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 의혹 재판도 막바지 단계인 만큼 분할설에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양대축 수익성이 모두 휘청이는 상황인 만큼 미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세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시장서 나올 법한 시나리오로 인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2016년 추진했던 이력이 수면 위로 떠오른 적은 있지만 이후 관련 계획이 논의되거나 가시화된 적은 없다"며 "현재로서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삼성SDS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돈 실적을 낸 것으로 관측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회사가 지난해 4분기 3조6100억원의 매출과 2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엔 11.2% 하회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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