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HL D&I한라가 71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HL D&I한라는 지난해 2월 회사채 발행 당시 태영건설 워크아웃 충격 탓에 전액 미매각 된 바 있지만 두 번의 수모는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업계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음에도 자신만만한 이유는 KDB산업은행을 인수단으로 확보한 덕분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L D&I한라는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71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만기별 발행 규모는 1년물 590억원, 1.5년물 120억원이다. 16일 수요예측을 거친 뒤 24일 발행한다. 지난해 6월 회사채에 이어 이번에 발행하는 회사채도 산업은행이 미매각 물량을 일부 인수하기로 했다.
HL D&I한라는 지난해 2월과 6월 각각 700억원, 6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었다. 지난해 2월에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단 1건의 주문도 확보하지 못했었다. 수요예측 두달여 전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건설사들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리스크가 부각됐고, 채권시장에서 건설채 투자수요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탓이다.
6월에는 600억원 모집에 수요예측에서 560억원의 주문이 몰렸고 추가청약을 통해 남은 40억원도 모두 완판에 성공했다. 당시 산업은행이 최대 350억원 규모의 미매각 물량을 인수할 예정이었지만, 수요가 몰린 덕분에 HL D&I한라는 시장에서 모든 물량을 소화시킬 수 있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시간이 흐르며 시장이 차츰 안정세에 접어든 덕분에 전액 미매각과 완판이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HL D&I한라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 3곳과 공동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월 회사채 발행 당시 KB증권, 대신증권, BNK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무려 증권사 6곳이 주관사로 합류했던 것과 비교하면 주관사단 규모가 대폭 축소된 점에 눈길이 간다.
지난해 2월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충격으로 건설채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었던 상황에서 회사채를 발행했었다. 이에 주관사단을 대규모로 꾸려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충격이 어느 정도 사그라진 6월 공모채 발행 당시에는 주관사가 KB증권과 키움증권 단 2곳이었다. 지난해 6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산은의 인수가 예정된 데다 시장이 차츰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 주관사단 규모에 반영된 셈이다.
다만 앞서 6일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의 시장 충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 이미 주관사단을 꾸려둔 HL D&I한라로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HL D&I한라의 무보증 회사채를 'BBB+' 등급으로 평가했다. 13일 기준 HL D&I한라 회사채의 개별민평금리는 1년물 6.273%, 1.5년물 6.399%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BBB+ 회사채의 등급민평금리는 1년물 4.885%, 1.5년물 5.309%였다.
등급금리와 HL D&I한라의 개별금리 차이(스프레드)는 1년물과 1.5년물이 각각 1.388%p(포인트), 1.090%p다. 1월6일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도 1년물과 1.5년물 스프레드는 동일했다.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이후 HL D&I한라가 처한 조달 환경이 크게 악화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동아건설 법정관리 이후 건설부동산 업황 악화 우려가 부각되는 것은 맞지만 HL D&I한라의 회사채 발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고금리 매력으로 수요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산업은행과 주관사 총액인수 등을 고려하면 자금 조달은 차질없이 마무리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