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구조조정
11번가 엑시트 본격 논의…FI 신뢰 회복 '돌입'
①콜옵션 포기 후 그룹 신뢰도 저하…리밸런싱 완수에 FI 조력 '절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14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번가 사옥 전경(제공=11번가)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SK스퀘어가 그간 재무적투자자(FI) 주도로 이뤄졌던 11번가 매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11번가 콜옵션 포기 사태로 잃었던 FI 신뢰 회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리밸런싱을 완수를 위해 FI 조력이 절실한 만큼 11번가 투자사의 투자금회수(엑시트)를 도와 평판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SK스퀘어, 작년 말 나인홀딩스 컨소와 11번가 매각 방안 등 논의


작년 말 SK스퀘어와 11번가 투자사인 나인홀딩스 컨소시엄(H&Q코리아·국민연금·새마을금고)은 11번가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11번가 투자사의 엑시트 방안에 대해 SK스퀘어가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올해 도래하는 콜옵션 행사 등 구체적인 투자금 상환 전략을 수립하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말 SK스퀘어 11번가와 관련해 경영권 매각 등 FI 엑시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며 "11번가 매각에 대해 SK스퀘어 측도 관심을 가지고 올해 FI의 엑시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올해 도래하는 콜옵션을 행사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의까지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번 논의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11번가 매각을 위해 FI와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3년 SK스퀘어가 11번가 콜옵션을 포기한 이후 그간 H&Q코리아 등 FI 주도로 11번가 매각 작업에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8년 11번가는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 가량을 투자 받았다. 당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콜앤드래그 조항을 삽입했다. IPO에 실패할 시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컨소시엄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주주 지분까지 컨소시엄이 동반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11번가 IPO는 이커머스 업계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업계 관행상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며 FI의 엑시트를 도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SK스퀘어가 끝내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 조항에 따라 경영권 매각은 FI에게 위임됐고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한발 물러나 있었다.


11번가 최대 투자자 '국민연금'…엑시트 난항에 LP 눈치도


일각에서는 SK그룹이 리밸런싱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11번가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주력 계열사의 인수합병(M&A), 주력 계열사의 추가 투자유치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FI 조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11번가 엑시트를 도와 과거 콜옵션 포기로 잃었던 FI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11번가의 최대 투자자는 국내 최대 유한책임투자자(LP)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11번가에 3500억원을 직접 투입했으며 H&Q코리아가 11번가 투자에 활용한 블라인드펀드에도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엑시트에 차질이 생기면서 투자금이 묶이는 등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엑시트가 지연질수록 곤란한 상황이다. 콜옵션 포기로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만큼 향후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다수 LP들이 SK그룹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LP로부터 대부분의 자금을 받는 토종 PEF의 경우도 투자 검토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SK그룹은 올해 리밸런싱을 지속 추진하면서도 미래 투자에 속도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SK온 등 배터리 사업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등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향후 미래 성장 동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FI와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할 중요한 시기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지난해 급한 불을 끄면서 최근 들어 11번가 매각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11번가 사태로 촉발된 그룹 차원의 신뢰도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 리밸런싱 완수를 위해 FI의 조력이 절실한 만큼 선제적으로 11번가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SK 구조조정 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