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FC-BGA·전장·유리기판 등 신사업 총력
FC-BGA, '스마트팩토리'로 수율 개선·원가 절감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CES 2025에서 관람객들이 LG이노텍의 부스를 구경하고 있다. (제공=LG이노텍)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G이노텍이 반도체 기판 및 전장 부품 사업을 육성시켜 '조 단위' 매출을 노리겠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향후 5년 안에 전장 부품 매출을 5조원으로 늘리고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의 본격적인 양산과 더불어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 사업도 가속화한다. IT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 경쟁사들이 원가를 낮추며 카메라 모듈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LG이노텍도 고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시장을 적극 공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포석이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최근 북미 빅테크 기업에 공급할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양산을 시작했다. 유리기판도 올해 말부터 시제품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이번 CES에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윤곽을 드러냈다. 부스는 전장 부품 하나에만 과감히 '올인'했고, 그간 성과가 부진했던 FC-BGA의 경우 문혁수 대표가 직접 나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FC-BGA에서의 진척이 눈에 띈다. FC-BGA는 기존 와이어 본딩(WireBonding)이 아닌 범프(Bump)를 사용하는 플립칩(FlipChip) 방식을 통해 고집적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AI 가속기용 첨단 반도체 기판이다.


그간 LG이노텍은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FC-BGA 매출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FC-BGA는 사실상 기존에 사용하던 고객사들이 납품업체 다변화를 추진해야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회사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워낙 후발주자다 보니 수주 물량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있어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2022년에 FC-BGA 투자를 공식화해 2017년 진출한 삼성전기보다 늦게 진입했다.


사업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기술 난이도가 낮은 통신용 FC-BGA를 시작으로 점차 AI·서버용 등 하이엔드 시장에도 진입하려는 그림이다. 또 당초 시장 예상과 달리 계열사 간 거래를 강하게 추진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관계자는 "LG전자 등에 우선적으로 납품한 후 대형 고객사로 수주를 확대하겠다는 기조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캡티브 영업을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 회사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RF-SiP 등 다른 반도체 기판도 포함돼 있어 FC-BGA의 원재료 매입액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동박적층판(CCL)·폴리프로필렌(PP), 연성회로기판(FCCL) 등 반도체 기판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들의 총 매입액은 2021년 4675억원 → 2022년 4370억원 → 2023년 385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FC-BGA는 '스마트팩토리' 등 공정 자동화를 통해 수율을 개선하고 추가적인 원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FC-BGA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는 구미 4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FC-BGA 매출 규모를 2025년 4000억~5000억원, 2030년 1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FC-BGA가 이제 사업을 본격화하는 단계라면, 전장 사업은 더욱 강화해 나가는 단계에 있다. LG이노텍은 기존에 주력하던 모바일용 카메라모듈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핵심 고객사인 애플이 납품업체 다변화를 추진함에 따라 마진을 예전처럼 유지하기 어려워 전장 사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장 부품 부문은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매출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나, 영업이익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2022년 1조4462억원(영업이익 -150억원)에서 2023년 1조9880억원(440억원)으로 급성장한 이 회사의 전장 부품 실적이 2024년에는 1조9340억원(530억원), 올해 1조9690억원(600억원)으로 매출은 소폭 감소하나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장 부품의 주요 고객사는 현대모비스와 HL만도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필요한 부품들을 함께 공동 개발하는 등 긴밀히 협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는 LG이노텍과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관련 공동 특허 3건을 출원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LG이노텍은 향후 5년 안에 전장 부품 매출을 5조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넥슬라이드' 등 전장용 조명 사업과 카메라모듈 등 센싱 사업을 각각 조 단위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생각보다 둔화되고 있어 지금은 다소 슬로우한 성장 그림으로 시작해 내년부터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FC-BGA를 이을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 사업도 가속화한다. 문혁수 대표는 "유리기판은 2, 3년 후에는 통신용 반도체에서 양산에 쓰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용도 5년 후에는 유리 기판이 주력으로 쓰일 것"이라며 "이제 장비 투자를 시작으로 올해 말부터는 유리 기판에 대해 본격 시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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