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몰고 온 배터리 한파가 매섭다. LG에너지솔루션이 3년여 만에 분기 첫 적자를 기록한 점은 그만큼 업황 둔화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올해는 내실 재정비로 운영 효율화를 고도화하는 한편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방침이다. '단기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내년부터 예상되는 회복기에 맞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부터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으로선 전기차 캐즘을 버틸 대책이 필요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전사 차원의 위기경영을 선언한 것이 그 배경이다. 전기차 캐즘과 각국 친환경 및 에너지 정책 변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빨리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올해 역시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지금과 같은 위기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명 대표는 배터리 시장 회복 시점을 2026년으로 내다봤다.
실제 전망은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지름 46mm) 양산에 나선다. 더불어 올해 말부터는 완성차 르노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으로,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해 납품할 예정이다. 특히 유럽 완성차 업체가 2만5000유로(3700만원) 미만의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확대하는 점도 LFP배터리 수요 확대 기대감을 높인다. 이외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각 사업 부문의 추가 수주를 통한 매출 확대를 노리는 동시에 투자 및 비용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통해 지출 규모도 줄일 예정이다.
미국 보조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은 지난해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판매하는 배터리 셀에 kWh당 35달러, 모듈에 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나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조5590억원에서 많게는 1조9160억원 규모의 AMPC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누적 AMPC(1조4800억원) 대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4년 1분기 1889억원 ▲2분기 4478억원 ▲3분기 4660억원 ▲4분기 3773억원이다.
김 대표는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4가지 핵심과제로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 ▲미래 기술·사업 모델 혁신 등을 당부했다. 그는 "2026~2027년을 기점으로 EV Price Parity(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가격 격차 해소) 달성과 주행거리·충전·안전성 우려 해소로 수요를 조금씩 회복해 중장기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위기는 일시적이며 더 큰 도약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255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4%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AMPC는 3773억원이다. 이를 제외하면 분기 영업손실은 6028억원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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