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 부진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범용 D램이 수요 정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발생이 지연된 것이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7조원대 중후반)를 밑돌았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10조원대까지도 예상했으나, 반도체 업황 부진과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최근 7조원대 중후반으로 대폭 조정한 바 있다. 시장 눈높이가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설명 자료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IT 수요 침체 직격타를 맞은 반도체(DS) 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다. 증권가에서는 DS 부문이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일 잠정 실적을 놓고 ▲메모리 제품 매출 믹스 훼손 ▲HBM3E 주요 고객사 사업화 지연 ▲비메모리 가동율 하락 및 원가 악화 등을 원인으로 해석했다. 이와 함께 "설명 자료에는 언급되지 않았으나, 영업이익 규모를 감안할 시 인건비 및 재고관련 등 일회성 손실 역시 반영된 실적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는 분위기를 반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T 세트 수요가 한 자릿 수의 저조한 성장에 그치는 가운데, D램 평균판매가격(ASP) 하락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지난해 12월 ASP는 1.35달러로 7월(2.1달러) 대비 35.7% 급락했다.
이는 최근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기업이 DDR3, DDR4 등 범용 D램에 대한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친 영향이 크다. 이들 모델의 경우 고객사들의 재고 비축량이 높아 가격 하락 압력이 더욱 컸다. DDR4의 경우 최근 20%가량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모바일, PC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기보다는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 예상보다 재고가 많이 비축된 상황이라,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PC의 경우 올해 수요가 조금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D램 탑재량은 연말이나 되서야 유의미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게 범용 D램 공급 조절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범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달하고, 캐파(CAPA, 생산능력)가 타사 대비 높은 만큼 필요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ASP 하락 위험은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보다 범용 메모리에 더 악영향을 주게 된다"며 "올해 공급 조절을 통한 수익성 위주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가운데 유일하게 수요가 상승하고 있는 HBM의 경우, 주요 고객사향 매출 발생이 지연돼 당장 실적에 미치는 기여도는 낮다. 더욱이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시기가 점차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를 10개월 넘게 진행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8일 'CES 2025'에서 "(삼성전자의 HBM은)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도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당장 '빅딜'은 없어도 하반기로 갈수록 기존 핵심 고객사의 사업 확대와 함께 HBM 매출 또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빅테크의 투자 기조 강세가 전망되며, AI 및 고용량 메모리 위주로 온기가 확장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 HBM의 기 주력 고객사인 브로드컴의 주문형 반도체(ASIC) 사업이 확장 국면이라는 점도 위안이 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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