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재도전결국 철회…제 몸값 받겠다는 케이뱅크, 상장 시점 '고심'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케이뱅크가 내달 안으로 계획했던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지난해 수요예측 흥행 실패 이후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증시가 얼어붙자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7월 내로 상장하는 조건으로 투자금을 조달한 만큼 재시도는 필수다. 다만 불확실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시점 선정은 이전보다 더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8일 현재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보면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라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해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 재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케이뱅크는 두 차례 IPO에 나섰다. 2022년 첫 도전 이후 지난해 10월에도 상장을 추진했다. 당초 지난해 받은 상장예비심사 효력이 끝나는 내달 안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세 번째 상장을 시도한다는 구상이었다.
상장 철회를 반복하며 IPO에 신중을 기하는 배경은 케이뱅크 투자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있다. 대주주인 BC카드와 우리은행뿐 아니라 유상증자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 역시 케이뱅크의 몸값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케이뱅크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기존 투자자들의 높은 눈높이 사이의 괴리로 쉽게 몸값을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의 흥행 패인도 공모가에 있었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9500~1만2000원 선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밴드 하단인 9500원 기준 시가총액은 3조9586억원이다. 2022년 상장 시도 당시 최대 8조원까지 예상됐던 몸값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졌음에도 다수의 기관이 하단 이하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주관사단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모가를 밴드 하단 아래인 8500원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엑시트를 고려한 FI들의 반대에 가격을 낮추지 못했다.
FI들의 기대와 달리 업계에선 카카오뱅크 등 피어그룹 산정의 적절성부터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도 부족 등 다양한 기업가치 저하 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출범 후 선두주자인 카카오뱅크에 자산과 고객 수 등 다양한 지표에서 밀리던 케이뱅크는 업비트 제휴 후에야 크게 성장했다"며 "당초 카카오톡과 연계를 통한 금융플랫폼으로서 상장해 몸값을 높게 평가받은 카카오뱅크와 출발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가 적격 상장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 BC카드는 난처해진다. BC카드는 지난 2021년 유상증자 당시 케이뱅크가 적정 몸값으로 상장하는 조건으로 FI들에 7250억원을 투자받았다. 해당 지분에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과 콜옵션이 부여돼 있다.
참여한 FI는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 ▲신한대체 ▲JS프라이빗에쿼티 ▲컴투스 등이다. FI들은 내년 7월 안으로 케이뱅크가 상장되지 않으면 내년 10월까지 동반매각청구권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BC카드는 옵션 행사 시 받았던 투자금을 반환해야 한다.
FI들의 투자금 반환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KT가 최대주주인 BC카드는 은산분리 규정에 따라 케이뱅크의 지분을 3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현재 BC카드가 케이뱅크 지분 33.72%를 보유한 만큼 FI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법 뿐인데 적당한 매수자를 찾을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BC카드 관계자는 "상장 일정을 미룬 것 뿐"이라며 "향후 증시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여건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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