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라임사태 여파로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디에이테크놀로지가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나섰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스토킹호스 매각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특정 투자자를 공고 전 인수예정자로 선정하는 내용의 조건부 투자 계약 체결 후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다. 지난 3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으며 현재 LOI를 제출한 기업 한 곳이 실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생산 자동화 설비 제조 및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대성에프에이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 설립했으며 2003년 6월 에이티엘을 흡수합병한 후 같은 해 7월 디에이테크놀로지로 상호를 변경했다. 국내 최초로 2차전지 자동화 설비를 양산 적용해 성공한 회사로 고속 노칭공정(Notching) 설비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아 2014년 11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9년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검찰 수사 여파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일명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등을 편법으로 거래해 수익률을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가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폭락해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2018년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에이팸(옛 에스모) 뒤에 라임자산운용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1만6000원대까지 올랐던 회사의 주가는 반토막 났다. 이인광 에스모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투자금 수천억원을 동원해 디에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한 상장사를 연이어 인수한 후 주가조작을 벌인 인물로 라임사태 핵심 인물 중 하나다.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전 대표가 이인광 회장과 공모해 주가 조직에 가담하고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라임사태 논란이 커지면서 당시 회사의 주 거래처 중 하나였던 LG에너지솔루션이 발주를 중단하기도 했다.
회사의 201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9% 감소한 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어 2020년 1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3년간 적자가 지속되면서 2023년에는 영업손실이 44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94억원이다.
결국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실적 악화와 자금난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4월 수원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후 회사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스토킹호스 매각에 나섰다. 삼일회계법인이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할 원매자 물색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12월 우선매수권자가 존재하는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다. 예비실사 기간은 오는 17일까지이며 입찰서 접수는 오는 20일까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실사 중인 것으로 알고있다"며 "이후 우선매수권자와의 매각가 협상 과정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한편 디에이테크놀로지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톱텍, 제네럴모터스 등을 주요 협력사로 두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6월 코리센과 비희토류 영구자석 사업 관련 전략적 협력 및 투자를 위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어 해외 프로젝트 대금도 지난해 12월 전액 지급 받아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해당 자금은 공익 채권 상환과 회사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 진행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완료해 경영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기준 회사의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 총액은 각각 669억원, 2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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