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가 제16대 협회장 후보 등록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례 없는 경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관련 준비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정 기준에 대한 세부규정이 부족해 공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마감한 협회장 선거 후보 접수에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가 지원했다. VC협회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24일 4명의 후보를 2명 이내로 추린다. 최종 후보에 오른 2명은 내달 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경쟁하게 된다. 이후 내달 25일 예정된 회원총회의 찬반투표를 거쳐 차기 협회장을 결정한다.
4명의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협회장 선출 방식은 기존 단일 후보를 추대하는 관행에서 둘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경선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두고 VC협회는 여전히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 규정에 따르면 회추위는 다수의 후보를 2명 이내로 가려내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제15대 협회장 인선에서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가 후보자로 지원해 사상 첫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이후 정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회추위가 이사회 투표에 부칠 후보 2명을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추위에서 복수의 후보군을 다룬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무기명으로 투표를 전개할지를 포함해 회추위에서 최다 득표자를 제외한 후보군들이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득표순으로 2명을 추릴지, 나머지 후보들을 상대로 재표결을 단행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들이 명문화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회추위 구성원들은 향후 추가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재 회추위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돼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회추위는 VC협회 부회장사 등으로 꾸려진다. 부회장단에는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아주IB투자 ▲우리벤처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SJ투자파트너스 ▲스틱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13곳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사회에 속한 VC들은 총 33곳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VC협회 정회원사는 200개 이상에 달하는데 그중 13개에 그치는 부회장사들이 최종 2인을 뽑는 건 추후 지원 후보가 많아질수록 막대한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라면서 "전체 회원사의 16%를 차지하는 이사사들이 회추위보다 대표성을 지닌 만큼 이사회 권한을 확대해 협회장 선출 과정에서 회원사들의 입장을 보다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 선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부회장단들이 임의적으로 최종 후보를 고르는 건 투명한 선출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회추위에서는 후보들의 결격 사유를 검증하는 역할만 수행하고 이사회 투표에 2명 이상의 후보를 올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사회 투표에 오르는 후보자 수가 많아지면 선정 절차가 너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표결은 과반수 출석, 과반수 득표를 조건으로 후보자 1명을 회원총회로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추위의 선별 권한이 축소돼 3인 이상이 이사회 표결에 오르면 후보 모두가 과반수 표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최다 득표자를 대상으로 한 재투표에서도 해당 후보자가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후보 등록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선 관계자는 "이번 협회장 선거를 기점으로 앞으로도 협회장 선출이 경선으로 치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설정하려는 움직임이 VC협회 내에서도 형성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규정을 숙지한 채로 4명의 후보가 지원 의사를 표했기에 당장 회추위 권한을 축소하거나 규정을 개정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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