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M&A 전망'매각 재시동' 롯데카드, 쉽지 않은 인수자 찾기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올해 금융권 M&A(인수합병) 시장에 롯데카드가 또다시 주요 매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매각주관사를 선정한 MBK파트너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올해 역시 경기 침체와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수자 찾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 만큼 MBK파트너스가 매각가격 눈높이를 낮출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초 롯데카드 매각주관사로 UBS를 선정했다. 지난 2022년 6월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에 나선 지 약 2년6개월 만이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인수를 완료한 2019년 10월 기준으로는 약 5년만에 두 번째 매각 행보에 나선 셈이다.
롯데카드 매각 재추진 관측은 지난해 상반기말부터 흘러나왔다. MBK파트너스가 인수 당시 일으켰던 인수금융 6400억원에 대한 만기가 지난해 10월이었던 만큼 시기적으로도 매각에 나설 적기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MBK파트너스의 선택은 리파이낸싱 후 매각 추진이었다. 우리은행과 KB증권을 주관사로 두고 5년만기로 총 1조770억원을 조달해 인수금융 상환 및 출자자 배분에 활용했다. 지난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매각이 쉽지 않다는 판단 하에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후 매각에 집중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주목할 부분은 매각 완료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책정한 매각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로 보인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전체 지분가치 기준으로 매긴 몸값은 최소 3조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자본총계는 3조4970억원이다. 자본총계에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곱한 값을 통상적인 기업가치로 본다면 0.9배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MBK파트너스가 2019년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 59.83%·우리은행 20.0%)을 인수할 당시 인수금액은 1조3810억원이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롯데카드 자본총계는 2조3975억원인 점을 대입하면 지분 100% 기준으로 가격 책정에 0.7~0.8배를 적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인수가격도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매각가격 역시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업계 유일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PBR이 약 0.5배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가격이 2배가량 부풀려졌다고 보는 셈이다.
자본 규모가 늘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적정가격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롯데카드는 2023년 36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로카모빌리티 매각이익을 제외하면 1691억원에 그쳤다. 전년대비로는 25.1%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1025억원으로 전체 카드사 중 같은 기간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타 카드사와의 경쟁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원매자 물색 역시 수월하지 않다. 롯데그룹에서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뀌면서 관계사와 연계가 가능한 금융지주 산하 카드사(신한·KB국민·하나·우리)와 기업계 카드사(삼성·현대·BC) 대비 영업환경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카드업 진출을 염두에 둔 외부 인수자가 나서기 쉽지 않은 셈이다.
카드사를 계열사로 둔 주요 금융지주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와 비교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필요성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하나금융이 실제로 인수 의사를 드러낼 경우 다른 금융지주 역시 경쟁차원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금융지주간 인수경쟁이 벌어지더라도 몸값에 대한 눈높이 조정 없이는 인수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이후 정국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인수가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그런만큼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인수 논의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롯데카드 매각가격이 2조원 초반대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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