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취임 1주년을 보낸 김윤구 대표이사 사장의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감사실장 출신인 김 사장은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현대오토에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외부 인재를 적극 채용하는 전략으로 약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 작년 매출 3.6조 육박 관측…그룹사 덕 매년 외형 성장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3조5595억원과 영업이익 2152억원으로 추정된다. 순이익은 1737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1%, 18.6% 증가하고 순이익은 23.8% 성장한 숫자다.
증권가가 현대오토에버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배경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수혜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그룹사가 전사적자원관리(ERP) 투자를 확대한 데다 해외 공장 건설에 따른 스마트 팩토리 수주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이 일부 상승하기는 했지만, 프로젝트 단가 인상 영향으로 마진폭이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더해 통상 4분기가 SI(시스템통합) 업체의 계절적 성수기라는 점도 있다. 이 시기 고객사로부터 예산 집행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5540억원, 영업이익 1518억원, 순이익 1235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컨센서스대로라면 대략 4분기에만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600억원, 순이익 500억원의 성과를 낸 셈이다.
현대오토에버가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성적표를 받는다면, 2000년 설립된 이후 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된다.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 일감을 받기 위해 설립됐다는 태생적 요인을 감안하면, 매년 실적이 우상향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현대오토에버는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3%를 웃도는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단 한 차례도 외형이 역성장하지 않았고, 2023년 연간 매출은 3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 김윤구 대표, 인사·감사실 출신…전문성 논란 불식할 호실적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대오토에버의 호실적이 취임 1년을 갓 넘긴 김 대표의 경영 성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현대오토에버가 좋은 성적표를 받는데는 그룹사 기여도가 크지만,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자질 논란을 잠재우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김 사장이 현대오토에버로 특파된 것은 2023년 12월이다. 당시 현대오토에버는 서정식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서 전 대표는 KT그룹이 현대차그룹 방계기업 주식을 고가에 취득하도록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에서 인사기획팀장과 인사실장, 감사실장 등을 역임한 김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 현대오토에버로 내려 보내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김 대표가 인적자원(HR)의 전략적 운용과 내부통제에 뛰어난 역량을 갖춘 만큼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현대오토에버를 안정화시킬 적임자로 꼽힌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첫 여성 임원인 심민정 상무를 승진과 함께 법무실장에 앉혔다. 기존 팀급 조직을 실급으로 격상시키며 법무 담당 임원이 새롭게 배치됐다.
하지만 김 대표가 IT업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은 취약점으로 부각됐다. 자동차 산업 트렌드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진화하고 현대오토에버가 기술 고도화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상황에서 직무 연관성이 낮은 김 대표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예컨대 현대오토에버는 단순 IT 서버 구축·유지·보수보다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따라 중요도가 높아진 차량용 소프트웨어(SW) 부문을 적극 육성 중이다. 각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2022년 기준 ▲ITO 부문 47% ▲SI 부문 35% ▲차량용 SW 부문 18%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ITO 부문 42% ▲SI 부문 35% ▲차량용 SW 부문 23%로 바뀌었다.
◆ 외부 출신 전문가 기용, 단점 개선…지난해만 7명 영입
김 대표가 전문성 논란을 불식시킨 주된 요인으로는 외부 출신 인재를 대거 영입한 인재술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순혈주의 기조를 깨고 능력 중심의 인재를 대거 채용하는 기조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에만 7명의 상무급 외부 임원을 수혈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네이버, 쏘카, 라이엇게임즈, 에이티커니(AT커니),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국내외 주요 IT 기업을 거쳤으며 주 전공도 개발(엔지니어) 뿐 아니라 기획·전략 등 다양하다. 현대오토에버가 2023년에 영입한 외부 출신 임원이 단 2명이었던 점과 대조하면 3.5배 늘었고, 전체 미등기임원(21명)의 3분의 1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3월 합류한 류석문 SW플랫폼사업부장은 카셰어링 플랫폼 쏘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이다. 라이엇게임즈와 네이버 등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같은 해 4월 ERP센터를 신설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ERP 기술 리더와 ITO 운영 총괄을 지낸 김선우 상무를 영입했다.
또 최원혁 보안총괄임원(CISO 겸 사이버시큐리티사업부장)와 지두현 SW개발센터장은 각각 네이버클라우드와 쏘카에서 근무했으며, 박상수 혁신전략컨버전스사업부장과 장연세 SDx센터장은 AT커니와 포스코DX 출신이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AWS와 구글, 오라클 등을 두루 거친 양승도 클라우드기술사업부장을 발탁했다.
김 사장은 추후에도 핵심인재 영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풍부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갖춘 리더의 영입이 회사의 핵심 기술 분야 혁신을 촉진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최고의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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