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CEO 연임 기상도원덕권 안국약품 대표, '오너 사법 리스크' 영향권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원덕권 안국약품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가 최대주주인 어진 부회장의 형사재판 결과에 달려있다는 시장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 부회장이 자칫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원 사장 단독대표로 체제로 다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가 조기에 해소한다면 원 사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원 사장의 대표 임기만료는 2025년 3월29일이다. 서울대 약대 석사 출신인 원 사장은 대웅제약과 한국얀센, 동화약품에서 제품 개발과 라이선싱, 해외사업 관련 업무 등을 담당했으며 삼아제약에서는 연구개발(R&D) 및 생산부문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2018년 R&D와 생산총괄 사장으로 안국약품에 합류한 그는 2022년 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와 실적악화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며 대표직에 선임됐다.
원 사장의 대표 취임 이후 회사의 외형은 매년 급성장했다. 2021년 1635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이듬해 2054억원으로 25.6%(419억원) 증가했다. 2023년 매출은 2337억원으로 전년대비 13.8%(283억원) 늘어났다.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 2004억원을 올리며 전년동기대비 18.3%(310억원) 성장했다.
더불어 경기도 과천시 지식정보타운으로의 신사옥 이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안국약품은 2020년부터 새로운 계열사 통합 사옥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과천 신사옥은 연면적 3만1951㎡ 규모의 지상 14층, 지하 5층 건물로 안국약품 뿐 아니라 안국바이오진단, 안국뉴팜 등의 계열사도 함께 입주했다. 회사 첫 전문경영인으로서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원 사장의 연임에 경영실적보다는 오너의 사법 리스크 해소 시점 등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어진 부회장은 2024년 11월 각자대표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불법 임상시험을 진행한 혐의로 옥살이를 마친 지 한 달여 만이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어 부회장의 지분율은 43.2%(563만6287주)다.
하지만 어 부회장에 대한 또 다른 사법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어 부회장은 의사 80여명에게 약 9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9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안국약품으로부터 금전 등을 수수한 일부 의사들은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원 사장이 당분간 어 부회장과 함께 안국약품을 이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재임기간 호실적과 더불어 자칫 리베이트 재판 결과로 인해 어 부회장이 대표에서 제외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2019년부터 이어진 재판이 속도를 내고 그 결과가 어 부회장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다시 오너경영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원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은 후 회사 매출이 많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보였다"며 "여기에 오너의 사법 리스크를 감안하면 당분간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어 부회장은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 없이 연구소 직원 16명에게 개발 중인 고혈압약을 투약하고 2017년에도 직원 12명에게 항혈전응고제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실패한 임상 결과를 임의로 변경해 식약처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올해 2월 어 부회장에게 징역 8개월 형을 확정했으며 올 10월 그는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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