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유열 어깨에 얹힌 무게
신성장 발굴에 그룹 미래 좌우…경영 시험대 아닌 실전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1일 08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기업을 세우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세대를 걸쳐 이를 반석 위에 올리고 번창시키기는 더 어렵다. 예로부터 창업군주와 함께 치세를 한 군주 역시 높게 평가되는 이유와도 다르지 않다. 실제 규모를 막론하고 10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해온 국내 기업들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드물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와 대내외 변수 속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만들기는 결코 싶지 않은 일이다.


한때 국내 최정상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롯데그룹의 최근 동태가 심상치 않다. 그룹의 3대 축인 화학·식품·유통사업이 동시다발적인 부진에 빠지며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돌았다. 롯데는 이러한 우려를 지우기 위해 그룹의 심장 격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연말 임원인사에서 신유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본격 나섰다. 신 부사장은 오너 3세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이번 승진은 전무로 올라선 지 정확히 1년 만의 초고속 인사로 평가된다.


신 부사장의 행보는 마치 부친인 신 회장이 걸어온 길과 흡사하다. 신 회장은 1980년까지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거쳐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했다. 이후 1990년 일본 롯데에 이사로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전선에 나섰다.


1986년생인 신 부사장 역시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마친 이후 노무라증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20년에 일본 롯데로 적을 옮기며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으며 화려하게 한국 롯데에 데뷔했다.


하지만 부친이 걸어온 길과 아들이 개척해야 할 길은 명확히 달라 보인다. 과거 1~2세대 총수들이 한국의 산업화와 양적 성장에 집중했다면 최근 경영에 나서고 있는 3세대는 전략적 변곡점에서 새로운 경쟁우위를 가져갈 먹거리 발굴의 책무까지 더해진 탓이다.


그래서 신 부사장 어깨에 얹힌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롯데그룹의 전통사업들이 활로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 발굴은 선택이 아닌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이 핵심적으로 키우는 대표적인 신사업은 바이오다. 그 중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반석 위에 올리는 일은 향후 신 부사장의 가장 큰 과업이 될 전망이다. 현 롯데그룹 사업군을 볼 때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성공적 안착은 향후 그룹의 미래 캐시카우 확보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7년 예정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상업생산을 기점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바이오 CDMO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신 부사장 입장에서는 이를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어느 때보다 그룹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신 부사장의 성과 창출은 더 이상 경영 시험대가 아닌 실전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부담을 이겨내고 신 부사장이 그룹의 미래를 밝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진정한 대관식을 맞이할 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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