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CEO 포부전영현, 삼성 반도체 쇄신 사활
푸른 뱀띠 해인 을사년(乙巳年)을 맞는 세계 경제는 '차이메리카', '신냉전 2.0'의 커다란 줄기 속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하게 생존해 나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심화는 글로벌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조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러한 난국을 극복해 나갈 신임 CEO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기 극복 카드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며 직접 현안을 챙기기로 하면서,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대 축의 대대적 쇄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발표된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으며, 기존 이정배 사장을 대신해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하게 됐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하며 업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 시대를 열었던 그는 약 8년 만에 다시 메모리사업부장으로 복귀해 삼성 메모리의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회복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장으로서 전 부회장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그를 대표이사로 내정했으며,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까지 겸임하도록 했다.
전 부회장의 메모리사업부장 겸직은 메모리 부문에서 '초격차' 전략을 재건하고,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며, 30여년간 이어온 메모리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기반으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품질 검증을 신속히 완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진한 실적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전 부회장은 작년 말 삼성SDI에서 삼성전자로 복귀한 데 이어, 지난 5월 반도체 수장으로 전격 투입됐다. DS부문장으로 취임한 직후 HBM 개발팀을 신설하며 기술 중심의 조직 문화를 강화하고, 기술 혁신과 생산성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왔다. 그러나 DS부문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14조87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는 업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실적 회복세는 불안정하다.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900억원, 2분기 6조4500억원으로 반등했으나, 3분기 3조8600억원으로 감소하며 실적 부진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수장인 전 부회장은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정부에서 6조9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확보하며, 텍사스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의 투자를 본격화했다. 이 공장은 2나노미터(㎚) 등 최첨단 공정을 기반으로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의 수요를 충족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라며 "다가오는 AI 주도 시대의 변화하는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 파트너들과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 부회장에게 메모리사업부장까지 맡긴 것은 기술 혁신에 대한 속도와 방향성을 동시에 잡기 위한 결정"이라며 "전 부회장이 과거 메모리사업부장 시절 이룬 성과를 기반으로, HBM과 같은 첨단 기술은 물론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개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 업계의 글로벌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고객 신뢰와 지속 가능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 성공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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