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모펀드 선정 경쟁'경쟁률 4:1' 신한자산운용, 이해상충 '이상무'
정부 부처의 연구·개발(R&D) 자금을 관리하는 전담은행으로 낙점받기 위한 시중은행 간 경쟁은 치열하다. 조 단위에 달하는 R&D 예산을 예치·운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정부기관들은 R&D자금을 통해 창출한 수익 일부를 정책적 출자사업에 투입하는 조건으로 R&D 예산 전담은행을 선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험자본시장에 민간 자금의 유입을 꾀하려는 목적이다. 정부 주도의 모펀드 위탁운용사 자리는 그동안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한국벤처투자 등 정책금융기관의 독무대였지만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도전장을 내던지는 등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유한책임투자자(LP)뿐 아니라 위탁운용사(GP) 영역에서도 민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딜사이트는 변화하는 모펀드 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신한은행이 최다출자자로 참여한 과학기술혁신펀드(과기혁신펀드)의 모펀드 위탁운용사(GP) 자리를 신한자산운용이 선점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다만 타 금융기관들도 해당 펀드에 적지 않은 자금을 출자했고 심사 과정에서 출자기관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한 만큼 이해상충 문제로 발생할 소지는 낮다는 평가다.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4대 1의 경쟁력을 뚫고 과기혁신펀드의 모펀드 GP 자격을 따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0월 과기혁신펀드 모펀드 GP 선정공고를 게시하고 지난달 제안서를 접수한 기관들을 대상으로 서류 및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진행했다. PT 심사에 참가한 기관은 ▲신한자산운용 ▲IBK자산운용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 ▲한화자산운용 등 총 4곳으로 전해진다.
과기혁신펀드는 민간 자금만으로 이뤄진 과학분야 특화 펀드다. 유한책임투자자(LP)는 과기부 산하 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제2기 통합 이지바로(Ezbaro) 전담은행들로 이들의 위탁운용금액은 총 494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이 각각 2500억원, 1800억원, 640억원을 투입했다.
전체 출자금 중 50.60%를 신한은행이 책임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자산운용이 모펀드 GP를 담당하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이해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한 모펀드 GP를 같은 계열사가 맡는 형태 자체가 외부에서 보기엔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이번 선정 결과가 나온 이후 한편에서는 시중은행이 LP로 있는 경우 관련 콘테스트(경쟁입찰)에 동 계열사가 지원하는 행위를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운용사들은 투자대상을 선정할 때 금융지주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독립적인 운용을 하기엔 쉽지 않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기관은 당초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모펀드 GP 선정 과정에서 출자기관들의 관여를 제한했다고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는 LP들의 자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출자기관에서 모펀드 운용사를 심사하는 전문 평가위원을 한 명씩 추천한다"면서도 "이번 콘테스트에서는 LP들과 같은 계열의 자산운용사들이 몇몇 응모한 만큼 이해상충 문제를 사전에 막고자 출자자들로부터 평가위원 섭외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표 평가에서도 원래는 LP들의 참관이 가능한데 이번에는 배석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운용인력 수나 트랙 레코드(Track record·투자이력) 측면에서 성장금융이 민간보다 우위에 있으나 이번 심사에서는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의 배점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GP 역량을 검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펀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등의 사업 추진 계획인데 해당 부분에서 신한자산운용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심사든 정량평가가 정성평가를 뛰어넘을 순 없다"면서 "정량평가만 강조하다보면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책금융기관들에게만 운용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신한은행이 전체 펀드 재원을 출자하지 않았기에 모펀드 운용에 신한지주가 간섭할 여지도 적을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과기혁신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나머지 두 금융기관의 출자금을 합한 규모와 비슷하다"면서 "타 금융계열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신한자산운용은 공정한 펀드 운용과 우수한 수익 창출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