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출판업 B2B시장의 '새로운 툴' 레페토 AI
수작업 대비 제작기간·비용 20% 절감, AI활용 신격호 평전 출간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0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페토 AI 공동창업자인 (왼쪽부터) 김웅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이대범 최고경영자(CEO) (제공=레페토 AI)


[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월마트는 1983년 판매정보관리시스템 POS를 도입해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재고관리의 전산화는 소비자 구매 패턴을 분석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유통산업의 대형화를 이끌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산업계 전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암시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거대언어모델(LLM)은 저술분야에서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 LLM 기반의 자체 툴로 출판업계와 동시성장을 추구하는 B2B업체가 있다.


AI기반 저작서비스 레페토 AI는 창작자들이 LLM모델을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음성파일, 기록물 등에 담긴 정보들을 생략없이 그대로 살려내는 동시에 일정한 톤의 문장으로 교정해줘 자서전과 같은 스토리텔링 기반의 창작물에 특화됐다. 최근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의 평전을 펴내기도 했다.


레페토 AI는 작업 효율성 개선을 통한 출판업계의 신시장 개척을 구상하고 있다. 대필작가들이 레페토 AI를 사용하면 100페이지 분량의 창작물을 1주일 안에 완성할 수 있다. 작업 효율성이 10배 가량 개선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출판물의 원가 절감과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자서전 시장의 대중화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다. 자서전은 개인의 인생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사진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AI 기술로 인건비를 절감하면 60만원 수준에서도 개인 자서전을 집필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대비 20% 수준으로 낮아진다. 요즘 스튜디오에서 돌사진을 찍는 가격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자서전 사업은 출판업계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 SK텔레콤 출신 창업자들의 의기투합


레페토AI의 공동창업자인 이대범 최고경영자(CEO)와 김웅 최고기술책임자(CTO)는 SK텔레콤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대범 CEO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SK텔레콤에 입사해 20년 이상 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했다. 그가 기획한 대표 서비스로는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 1위 멜론(MelOn)을 들 수 있다. 멜론은 2004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국내 음원서비스에서 가장 많은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를 기록 중이다. 김웅 CTO는 포항공대에서 물리학 학·석사를 수료한 뒤 네이버와 SK텔레콤 등에서 개발 및 서비스 운영을 담당했다.


AI로 책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은 노부모의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 아들의 효심으로부터 출발했다. 이대범 CEO는 SK텔레콤의 AI 서비스 누구(NUGU)를 기획하며 일찍이 AI에 대한 이해도를 쌓은 인물이다. 


그는 어느덧 여든에 접어든 부모님을 보며 이분들의 인생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AI를 활용해 부모님의 자서전을 집필하게 된다. 이 때의 경험은 독거노인 자서전 출판 기부활동으로 확장됐다. 이 CEO와 김 CTO는 중앙노인돌봄지원기관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의 협조를 구해 독거노인들의 삶을 자서전으로 출간하는 자선활동을 진행했다.


레페토 AI가 제작한 자서전 (제공=레페토 AI)

AI 저술활동이 사업으로 발돋움한 건 신격호 롯데그룹 전 회장 평전 출판사업을 맡게 되면서다. 두 사람은 독거노인 자서전 사업 중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의 후원기관인 롯데복지재단과 연락이 닿았다. 자선사업의 연장선에서 롯데복지재단 이승훈 이사장의 자서전을 집필할 계획이었으나 AI 저술기술을 본 이 이사장이 롯데그룹에서 추진하던 신격호 전 회장 평전 출판사업에 이들을 추천한 것이다.


◆ 36명이 회상한 신격호 회장에 대한 기억


신격호 회장 평전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롯데 CEO들의 기록'은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공동저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출판물에는 롯데그룹 각 계열사 전현직 대표 및 신 전 회장과 관련된 인물 등 36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레페토AI는 이들의 인터뷰와 관련 기록들 속에 나타난 신 전 회장에 대한 정보들을 빠짐없이 문서화했으며 비문이나 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문장들은 교정하거나 여과했다. 또한 선별된 원고들이 하나의 저작물로 읽힐 수 있도록 동일한 문체와 톤으로 보정하는 작업까지 이뤄졌다.


수십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공동 저술이라는 점에서 1인 창작보다 보다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더군다나 다양한 소스를 토대로 36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펴내야 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작업은 한달 내로 이뤄졌다. 평전 수주에 참여한 언론사 및 타 출판사들이 석달 이상의 작업 시간을 요구했던 것과 비교해 레페토 AI의 저술 서비스는 확실히 높은 효율성을 담보하고 있다. 작업 시간이 단축되다보니 인건비도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레페토 AI는 타사 대비 20~30% 낮은 비용으로 평전을 제작할 수 있었다.


롯데월드타워 앞 괴테 동상을 배경으로 벤치에서 책을 읽는 신격호 전 롯데 그룹 회장 삽화 (제공=레페토 AI)

신 전 회장 평전에 사용된 삽화도 레페토 AI의 손을 거친 작업물이다. 롯데월드타워 앞 괴테 동상을 배경으로 신 전 회장이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그림은 AI가 평전의 첫 문장을 삽화로 구현한 것으로 인간 신격호와 롯데그룹을 관통하는 장면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신격호 회장은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를 사랑했는데 그의 대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에서 베르테르가 사랑한 여인 샤를 로테를 모티프로 롯데라는 사명을 지었다. 롯데그룹의 상징이 된 롯데월드타워와 그 앞에 세워진 괴테 동상, 이를 배경으로 책을 읽고 있는 신 회장의 모습은 창업자의 문학사랑과 그룹의 정체성을 한 장으로 축약하고 있다. 삽화를 본 롯데그룹 관계자들이 감동을 받아 레페토 AI와 평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후문이다.


올해 창업한 레페토 AI는 이번 신격호 회장 평전 사업처럼 조직의 집단 기억을 기록하는 저작 사업을 꾸준히 시도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B2B 사업의 일환으로 기업 사보(社報) 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사보는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출판물이면서 사람들의 손을 쉽게 타지 않는 출판물이다. 


회사를 바라보는 사원들의 서로 다른 관점과 이를 균형감 있게 담아낼 수 없었던 인간의 한계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레페토 AI는 특화된 저작 서비스를 통해 공동저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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