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CEO 포부'집도의' 박병무 엔씨 터닝포인트 마련할까
푸른 뱀띠 해인 을사년(乙巳年)을 맞는 세계 경제는 '차이메리카', '신냉전 2.0'의 커다란 줄기 속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하게 생존해 나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심화는 글로벌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조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러한 난국을 극복해 나갈 신임 CEO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지난해 유례없는 경영실적 부진을 기록한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에 구원투수로 박병무 대표가 등판했다. 그동안 엔씨는 김택진 대표와 김택헌 부사장, 윤송이 등 오너일가 체제로 운영돼 왔다. 외부 인사가 영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엔씨 측엔 절실한 변화가 필요했다.
시장에서는 박병무 대표가 2024년 엔씨의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메스를 든 집도의로 깜짝 발탁된 만큼 2025년부터는 엔씨의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병무 대표는 1980년 서울대 법학과에 수석 입학해 2년 만에 제 24회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하는 등 화제에 올랐다. 박 대표는 2000년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뉴브리지캐피털(현 TPG 아시아펀드) 한국 대표, 하나로 텔레콤 대표이사, 보고펀드 공동대표이사, VIG파트너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그동안 동양생명·BC카드·아이리버·버거킹·바디프랜드 등 다양한 기업의 경영권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 한 획을 그었다.
박 대표와 엔씨의 만남은 2007년 시작됐다. 당시 엔씨는 '리니지2' 출시 이후 이를 넘어설 신작을 내놓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제 엔씨의 매출은 2005년부터 3년간 2328억원→2274억원→2225억원으로 정체를 겪고 있었다. 같은 기간 엔씨의 경쟁사였던 넥슨의 매출은 461억원→1966억원→2112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을 보였던 것과는 상반된다. 2007년에는 엔씨와 넥슨의 매출이 약 110억원 차이에 그치며 넥슨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실적 하향세로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황에서 박 대표는 사외이사로 참여했고 2013년에는 엔씨의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자문을 이어왔다. 2020년에는 넥슨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방어하는데 VIG파트너스가 우군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사외이사로 있었지만 박 대표가 엔씨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엔씨는 1997년 창업 이래 김택진 단독 대표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4년 처음으로 박병무 대표를 선임하면서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엔씨가 유례없는 실적 부진을 기록하면서 내부 구조 개선이 절실하고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엔씨는 박 대표를 적임자로 판단하고 공동대표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보였다.
아울러 박 대표가 VIG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하고 있었고 M&A에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적격이라는 판단 하에 인사를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오랜 기간 박병무 대표가 엔씨의 사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로 지내온 만큼 김택진 대표와도 신롸관계가 돈독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엔씨가 박병무 대표를 필두로 내부적 체질개선과 경영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박 대표는 지난 3월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엔씨를 수술대 위에 올려놨다. 올 초 권고사직을 시작으로 희망퇴직 및 조직개편을 통한 분사 등 새로운 엔씨를 위한 선봉장으로 나섰다.
이는 최근 엔씨가 '리니지' 시리즈 일변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엔씨는 단일 지식재산권(IP)에 집중돼 있던 부분을 상쇄시키고 '넥스트 리니지'를 찾기 위해 자체적인 IP개발 외에 외부 투자건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엔씨는 박 대표 취임 이후 투자와 M&A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 앞서 7월에는 스웨덴 개발사 '문로버게임즈'에 약 350만달러(약 50억원)의 초기 투자를 했다. 이를 통해 신작 슈팅 게임과 관련한 퍼블리싱 계약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월에도 국내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을 투자해 16.8% 지분을 인수했다. 이 투자로 액션 RPG '브레이커스'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을 획득했다. 12월에는 '미스틸게임즈, 'Virtual Alchemy' 등과 손을 잡았다.
엔씨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일환으로 여러 투자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한 매출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엔씨는 자체 개발작 중심의 게임사다. 신작 게임이 나와줘야 매출 증대가 이루어진다"며 "투자는 단순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채널 확장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해당 관계자는 "올해 엔씨가 여러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며 신발끈을 묶는 느낌으로 준비를 해 왔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영실적 반등을 위해 뛸 차례라고 생각한다"며 "실제 여러 신작과 엔씨의 큰 동력 중 하나였던 '아이온2'가 준비된 만큼 실적 반등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특히 주가의 경우 지난해 1월 1주당 47만5500원까지도 올랐으나 26일 종가 기준 20만2000원으로 57.5%가 하락한 상태다. 엔씨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이어 삼성동에 위치한 'NC타워' 매각이 내년 1분기 마무리 되는 만큼 지속적인 주가부양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회사 분사는 노조 입장에서는 '우회적 해고'라며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신작 흥행에 대한 이슈도 있다. 내년 기대작으로 걸고 있는 '아이온2'는 '아이온'의 코어팬들에 힘입어 반짝 반등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과금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과금 수준이 높은 내수용 경쟁 게임은 해외에서 흥행이 힘들어 시장의 한계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그렇다고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만을 겨냥하기엔 국내 팬들의 실망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지 묘수를 내놔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는 리니지와 같은 대작을 만드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계획일 것"이라며 "그러나 엔씨는 이미 앞에 같은 고민을 하다 내놓은 TL(쓰론 앤 리버티)이 기대에 못미쳤다. 박 대표가 실적 반등을 위해 아이온2에 어떤 과금 모델을 넣을 것인지 시장 참여자들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 지난 10월 주주총회에서 "엔씨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게임 개발 및 신사업 부문을 독립시키고 새로운 개발 시스템과 문화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회사와 경영진은 개발 스튜디오가 각각의 개발 문화와 철학을 밭앙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자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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