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선 SK스퀘어가 주요 자회사 실적 개선 및 비주력 회사 매각 등으로 보유현금을 크게 늘리면서 반도체 투자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4~5곳을 대상으로 소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단위의 빅딜 청사진도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및 국내 탄핵정국 등으로 환율이 요동치는 점을 고려하면 SK스퀘어가 내년 투자활동에 보수적일 것이란 신중론도 제기된다. SK스퀘어는 최근 불안정해진 국내외 정세를 주의깊게 지켜보며 해외 소부장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빅딜 대상을 탐색하는 데 주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최근 해외투자 전문법인 TGC스퀘어를 통해 일본 소부장 업체 일부를 대상으로 투자를 단행하며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 내부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SK스퀘어가 올해 일본 소부장 업체 4~5곳을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했다"며 "내년 해외 소부장을 비롯해 AI 반도체 부문 빅딜까지 적극 타진하고 비주력 회사 매각 규모도 넓혀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구축해 내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앞서 적자행진을 이어온 SK스퀘어는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 ICT 회사를 정리하고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주력 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포트폴리오 실적 전반이 개선세로 돌아서고 투자 실탄이 쌓이면서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착수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SK스퀘어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을 3.3% 상회하는 1조2007억원의 지분법손익을 기록하는 등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에 같은 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63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1.8%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재무 안정화에 성공했다. 내년 4500억원 규모의 SK쉴더스 매각대금 등이 추가 확보되면 투자 여력은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11번가, T맵 등 ICT 계열사들도 실적 개선 폭을 크게 늘리면서 재무 부담을 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 자회사인 SK하이닉스도 최근 HBM 수요 급증에 실적이 크게 반등했고 SK스퀘어 자체 부채비율도 매우 낮아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부담이 적은 상황"이라며 "비핵심 자산 매각 역시 여러 FI(재무적투자자)와 계속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조 단위 빅딜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도 "SK 내부적으로 내년 비핵심 자산 매각 규모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며 "이제껏 소규모의 해외 소부장 투자가 이뤄졌다면 내년부턴 미래의 하이닉스가 될 만한 AI 관련 반도체사를 대상으로 빅딜을 성사시키는 데 보다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SK스퀘어가 최근 국내외 정세 변동에 따라 해외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2기 정부와 국내 탄핵이슈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대외 환경이 안정화될 때까진 해외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소부장 투자 성과도 당초 올해 공개 예정이었으나 국내외 이슈로 잠정 보류하고 추후 빅딜을 성사시킨 뒤에야 공유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추이로 금액 단위 자체가 달라지다 보니 투자 규모가 커질 수록 환리스크가 막대해져 빅딜 자체에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SK스퀘어는 당분간 대외 환경 변화를 지켜보며 해외 소부장 투자 및 AI 반도체 빅딜을 신중히 타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SK그룹은 2028년까지 103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79.6%에 해당하는 82조원이 HBM 등 AI 관련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소부장 투자와 빅딜을 동시에 추진하며 반도체 중심 투자전문회사로 거듭 나는 데 속도를 내는 게 최종 목표다.
SK스퀘어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사업과 연관성이 높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망 AI 반도체 업체 등을 적극 탐색해 나갈 것"이라며 "비핵심자산에 대한 유동화도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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