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MBK, 외국인 투자 "산업부 장관 승인 필요"
산업부 신고할 경우 경영권 분쟁 새로운 국면 전환 전망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1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규정한 '외국인'에 해당하는지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지배하는 회사는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할 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인수의 핵심 인력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외국인인 점을 들어 관할당국인 산업부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를 '외국인 투자'로 정의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관할당국의 유권해석이 중요해진 가운데 산업부에선 '외국인 투자'일 경우 산업부에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지분에서 열위인 고려아연이 산업부에 신고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산업부 심사를 근거로 법원에 MBK파트너스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 산업부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의결권 행사를 늦출 수도 있어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 1항에는 '전략기술보유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해외 인수·합병, 합작투자 등 외국인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승인 받지 않은 경우 산업부 장관은 거래 중지나 금지, 원상회복 등을 명할 수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의는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주요 주주나 주요 지분권자와의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조직변경, 신규사업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회사'라고 표기돼 있다. 


표대결을 앞둔 MBK파트너스의 최대 관건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MBK파트너스의 주주구성을 보면 윤종하 부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이 각각 지분 24.7%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17%를 가진 김병주 회장이 외국인인 점, 세부 구성원과 국적이 밝혀지지 않은 우리사주조합이 '외국인 투자자 논란'의 불씨를 붙이고 있다. 더불어 고려아연의 인수를 시도하는 펀드 6호의 경우 외국계 자금 비중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기 때문에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가 이같은 규정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했고 고려아연에 투자하고 있는 주체인 '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국내 법인이며 내국인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 부회장이 의결권 기준으로 공동 최다 출자자라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서울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내국인 인력들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이 세 번째 출자자"이며 "MBK파트너스의 설립자인 김병주 회장은 20% 미만의 지분을 가진 4대 출자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을 잠재우려면 산업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산업부도 관련 사안을 인지한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딜사이트와의 통화에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가 외국인 투자인지 검토하지 않아 답변이 어렵지만,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첨단전략기술로 판정된 만큼 외국인 또는 외국인 지배기업이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면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산업부 국민신문고를 통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에 따른 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외국인 조항 저촉 여부에 관한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산업부는 "외국인 투자를 승인 받으려는 전략기술보유자는 국가첨단전략기술 해외인수·합병 등 승인 신청서 및 관련 서류를 산업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며 "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 후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임시주총를 앞두고 우호세력을 결집 시켜야 하는 고려아연으로서도 정부 승인 신청은 반드시 필요한 카드다. '적대적 M&A에 맞서 경영권 사수'라는 명분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간 지분격차는 6~7%까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최근 지분 1.13%를 추가 매수하면서 고려아연 지분율을 40.97%로 높였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우군을 포함해 33~34%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이 산업부에 외국인 투자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경우 임시주총 표대결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MBK파트너스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산업부에 MBK파트너스의 인수에 대해 외국인 투자라고 신고하면 표대결을 위한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 당장 한달 앞으로 다가온 임시주총에서 MBK파트너스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 신고 가능성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정해진 바 없다"면서도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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