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기업금융(IB)부문 강화 행보에 나섰던 대신증권이 올해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3분기 누적 IB부문 영업수익이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조직개편 등의 노력을 빠르게 성과로 연결시킨 모습이다. 또 대신증권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종합금융투자회사(이하 종투사) 선정 작업은 최근 증권선물위원회 문턱을 넘으며 연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이 신년사로 주문했던 자기자본 4조원 달성 및 초대형IB 등극은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대신증권이 설정한 올해 목표는 사실상 '절반의 성공'으로 결론 나는 분위기다.
◆IB 명가 DNA의 성공적 이식
올해 대신증권의 눈에 띄는 행보 중 하나는 이현규 IB부문 부부문장을 전격 영입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IB2 본부장을 역임한 이 부부문장은 1992년 한신증권에 입사한 뒤 사명이 한국투자증권으로 바뀌는 30여년 간 활약한 베테랑으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유상증자와 리츠 상장 등 대부분의 IB 업무를 경험한 이 부부문장을 영입하며 '국내 초대형IB 1호'의 영업 노하우를 회사에 이식하는 데 집중했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대신증권의 IB 영업수익은 1216억원으로 전년동기(592억원) 대비 105.4% 증가했다. 이는 전체 영업수익(3조 57억원)의 4.05%로 전년동기(2.06%) 대비 2%포인트(p)가량 상승했다.
연초부터 LG디스플레이의 1조3500억원 유상증자 공동주관에 참여하며 가볍게 출발했다. 이외에도 후성(826억원)과 엑시콘(333억), 하나마이크론(824억원) 등을 단독 주관하며 실적을 쌓아올렸다. 3분기에만 엑시콘과 하나마이크론 유상증자로 1157억원의 주관실적을 기록해 NH투자증권(1084억원)과 삼성증권(642억원) 등을 제치고 이 분야 1위를 차지했다. 누적 주관실적은 6963억원으로 ▲KB증권(6903억원) ▲NH투자증권(5988억원) ▲한국투자증권(5214억원)에 이은 4위에 올랐다.
대신증권은 4분기에도 토모큐브(320억원)와 셀비온(287억원), 웨이비스(224억원) 등의 기업공개(IPO) 주관을 맡았다. 세 회사 모두 기관 수요예측에 흥행하면서 공모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4분기 성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조직개편이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며 "최근 종투사 지정이 임박하며 내년엔 관련 사업이 다시 한 번 탄력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대신증권의 종투사 지정안을 의결했다. 종투사는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 사업 확장이 수월해진다. 지난 3월 23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며 종투사 지정 조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했다. 이달 24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안건이 최종 의결되면 대신증권은 국내 10번째 종투사가 된다.
◆대신밸류리츠, 초대형 IB 지정 열쇠 될까
대신증권이 올해 목표로 내세웠던 자기자본 확충과 초대형 IB 등극은 올해 3분기 자본총계가 3조2812억원에 그치며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지난해 8월부터 자본 확충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과 대신파이낸셜그룹 본사 사옥(대신343)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현재 자회사의 리츠(REITs) 운용을 통해 부동산 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신자산신탁은 이달 초 회사가 운용하는 대신밸류리츠와 대신밸류리츠사모제1호에 대한 영업인가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았다. 대신밸류리츠사모제1호는 대신343을 편입하고, 대신밸류리츠는 이를 다시 편입하는 구조다.
대신343은 을지로 중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한 취득가액 6620억원의 프라임 오피스다. 지하7층 ~ 지상26층, 연면적 5만3369㎡를 자랑한다. 현재 대신파이낸셜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고 향후에도 7년 이상 장기 마스터리스 임대차계약으로 공실 위험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우선 대신밸류리츠가 대신343을 편입하기 위해 내년 1분기 2400억원 규모의 상장전지분투자(프리IPO)를 유치한다. 2분기엔 1000억원 수준의 공모를 추진해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대신증권 역시 지분 약 19%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자한다. 국내 기준금리가 3%까지 떨어지며 부동산 투자 적기가 다가오는 만큼 다수의 기관투자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대신자산신탁의 설명이다.
리츠는 자산관리회사(AMC)가 부동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기위해 설립한 간접투자회사다. 건물 등 부동산 매입을 위해 개인 또는 기관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다. 이렇게 매입한 부동산으로 임대사업 등을 벌이며 인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지분율에 따라 배당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개별 SPC가 투자금 유치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거나 코스피와 코스닥 등 증시 상장이 가능하고 배당 주기가 짧아 안정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춘 투자상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다수의 기업집단이 리츠 자체의 운용전략 수립이 아닌 유상증자를 통한 그룹의 자본 확충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오며 본질을 흐리는 등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리츠로 구성된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지난 7월 31일 종가 기준 879.78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 20일 719.45까지 떨어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내년엔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기대되지만 리츠 시장은 이러한 기대감이 제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신343이 위치한 CBD를 중심으로 최근 오피스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 투자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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