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클라우드서비스(CSP) 사업자 KT클라우드가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사업에 착수키로 하면서 그룹 내 사업 비중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KT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CSP를 공급받기로 하면서 KT클라우드의 CSP 매출 및 시장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까닭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KT가 최근 고수익 사업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는 만큼 향후 양사 클라우드 사업이 통합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KT 측은 "사업 통합은 검토된 바 없다"며 MSP 사업을 확대하고 CSP 기술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통해 시장 수요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KT는 최근 MS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5년 동안 공급받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내부 도입을 넘어 외부 MSP 고객사에도 외산 CSP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KT클라우드의 CSP를 두고 외부 CSP를 도입했다"며 의외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KT클라우드가 글로벌 빅테크들과 CSP 진검승부를 앞둔 상황이니 만큼 이번 외산 CSP 도입이 오히려 자사 CSP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KT클라우드로선 기존 그룹사 클라우드 수요 일부를 외산 CSP사에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MSP 사업이 여러 CSP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보해 고객사 취향에 맞는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력이 우수한 외산 CSP가 국산 CSP 수요를 잠식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6783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봐도 연간 매출의 4.8%에 해당하는 금액이 MS 애저 수급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셈이다.
CSP는 현재 ▲MS ▲AWS ▲구글클라우드 등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이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다만 최근 외산 CSP를 향한 공공시장 규제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업체들의 기술 진검승부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KT가 MSP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면서 KT클라우드에도 관련 조직개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최근 KT서 넘어왔던 인력들을 본사로 복귀시키고 이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대적인 인력 채용을 실시했다. 추후 MSP 관련 부서를 신설해 채용 인력들을 대거 배치할 것이란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외산 CSP를 끌어들여 MSP 사업을 확장한다면 효율성만 놓고 봐도 외산 CSP 수요가 훨씬 높지 않겠나"고 반문하며 "국산 CSP 기술이 여전히 외산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는 점을 고려하면 CSP에 점차 힘을 빼고 MSP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앞서 김 대표는 2021년 LG CNS 대표를 지낼 당시 외산 CSP사와 협력해 MSP 사업을 크게 확대한 바 있다.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인 CSP 시장이 이미 글로벌 빅테크에 잠식돼 있는 만큼 CSP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LG CNS는 여러 대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며 수익 전반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김 대표가 최근 고수익 위주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 하는 만큼 앞선 성공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기술 진검승부를 앞둔 CSP 사업에 집중을 해도 모자란 시기에 MSP 사업을 확대하는 행보만 봐도 CSP 사업 경쟁력은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조직 슬림화에 나선 KT가 그룹 내 클라우드 사업부문을 통합해 MSP 사업 전환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CSP에 집중해 온 KT클라우드 정체성이 점차 흐려지면서 자연스러운 정리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KT가 2022년 클라우드 사업부를 분사하기 직전까지 관련 사업이 고공성장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결국 전사적으로 MSP 사업 비중을 늘릴 계획이었다면 차라리 분사 전이 훨씬 용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본사의 MSP 사업과 KT클라우드의 CSP 기술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멀티 클라우드' 사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KT 측은 "조직 통합은 검토된 바 없다"며 "AI 전환을 원하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AI, 클라우드에 대한 기술적 컨설팅을 진행하며 민간 기업의 클라우드 수요를 확보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KT클라우드는 올 3분기 공공 클라우드 사업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6.8% 성장한 20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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