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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알약'을 서비스하는 이스트시큐리티의 IPO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스트시큐리티는 올해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겠다며, 동종업계 SK쉴더스가 IPO를 철회할 때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실적 부진과 얼어붙은 IPO 시장에 더해 투자금액 150억원의 상환 압박으로 IPO를 추진하기도, 철회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트시큐리티는 지난 2017년 모회사인 이스트소프트로부터 독립했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이사는 이스트시큐리티 대표이사를 겸직하던 2018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매출이 500억원 이상이 될 때쯤 상장할 계획"이라며 "5년 안에 상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스트시큐리티는 매년 매출 규모를 확대해 나가면서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1년에는 영업이익률 9% 수준을 달성했다.
이스트시큐리티는 2022년 5월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2024년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IPO 절차를 밟기로 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2021 HB 뉴딜서비스투자조합(39억원) ▲에이치비 디지털 혁신 성장 투자조합(11억원) ▲삼성증권(30억원) ▲유암코아이비케이금융그룹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 합자회사(70억원)와 기명식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150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 유치(Pre IPO)에 성공, RCPS를 발행했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선주다. 회사가 잘 될 경우 더 많은 보통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투자금과 이자를 받고 투자를 회수할 수 있다.
문제는 갈수록 실적이 저하되고 있어 IPO가 당장 쉽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IPO 완수에 대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RCPS 9항에는 IPO 완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압박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상환청구기간의 개시일 이전이라 하더라도, 2024년 12월 31일까지 고의 또는 과실로 기업공개를 하지 않을 경우 주주는 상환조건과 별개로 투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조기 상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9월 30일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않은 경우 ▲2024년 9월 30일까지 상장예비심사 신청 이후 회사에 의한 자진 철회(공모금액 미달 등)의 경우 ▲합리적 사유없이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9조 질적 심사요건' 해소를 하지 않아 2024년 12월 31일까지 IPO가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8조 형식적 심사요건 조항을 충족하지 못해 IPO가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이는 투자자의 동의 하에 기한의 1년 연장과 1회 자진철회가 가능하다는 쿠션장치도 마련돼 있다. 다만 자진철회의 경우에도 2025년 12월 31일까지 '상장 완료' 또는 '정량적 요건 충족'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즉, 이스트시큐리티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최소 상장 요건을 달성해 상장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트시큐리티가 내년까지 상장 요건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의 상장 요건 중 '경영성과 및 시장평가' 항목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50억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20억원(벤처 10억원) & 시총 90억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20억원(벤처 10억원) & 자기자본 30억원(벤처 15억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있을것 & 시총 200억원 & 매출액 100억원(벤처 50억원)로, 회사는 이중 하나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이스트시큐리티는 최소한의 기준인 법인세비용차감전이익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 영업수익으로 227억원, 2023년 243억원을 거두며 외형은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법인세비용차감전사업이익의 경우 2022년 -6억원 2023년 -12억으로 손실폭이 늘었다. 회사가 IPO를 위해 무엇보다 경영성과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실적 개선과 성장성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가 전환보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스트시큐리티의 유일한 희망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다. 해당 제도는 기술력을 통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인정,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기자본 10억원, 시가총액 90억원으로 다소 유한 기준이지만 복수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과 BBB 등급 이상의 평가결과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엄격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이스트시큐리티의 보안 서비스 등 IT 기술들이 경쟁력을 가졌다고 인정받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스트시큐리티 측은 "회사가 최근 2년간 지속적으로 매출에서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알약xLLM이라는 AI보안 솔루션을 비롯해 내년엔 SaaS형 보안 솔루션, 통합보안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OpenXDR 기반의 확장된 통합보안솔루션 제공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신규 비즈니스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모멘텀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PO도 시장의 여건 및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고 내부적으로도 탄탄하게 잘 준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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