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빠진 KT, 통신 인프라 강화 '필요'
네트워크 자회사 전출 대비 영업전환·희망퇴직율↑…마케팅비·CAPEX도 감소세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21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사옥. (제공=KT)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AI 전환에 사활을 건 KT가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하는 통신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미진한 행보를 보이면서 신·구사업 사이 딜레마에 봉착했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핵심인력 유출 및 관리소홀 문제로 통신부문 경쟁력과 수익성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장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KT는 잔류인력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직무전환 교육을 실시하고 통신 투자와 직결되는 연간 자본적투자(CAPEX)도 지난해 수준으로 최대한 유지하며 인력·업무 공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는 최근 포트폴리오 재편 일환으로 통신 네트워크 운용관리를 전담할 자회사 2개를 신설하고 5700여명 규모의 본사 인력 재배치를 실시했다. 전체 인력의 20%가 넘는 인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셈이다. 


다만 문제는 자회사 전출 희망자가 예상치를 크게 밑돈다는 점이다. KT에 따르면 이번 자회사 전출에는 총 1723명이 신청했다. 당초 이 회사가 신설 자회사에 필요한 인력을 3780명으로 산정했던 점을 고려하면 2000명 넘게 미달된 셈이다. 자회사 전출과 본사 잔류를 모두 원치 않은 인원들은 특별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번 희망퇴직에는 최대 4억원대의 퇴직금이 정해지면서 총 2800여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회사 전출 인력을 1000명 넘게 웃도는 규모다. 특히 이 중에는 사내 핵심인력으로 평가받는 인원들도 적지 않게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본사 잔류를 선택했다고 해도 이전같은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KT의 한 고위급 임원은 최근 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자회사로 이동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괴감과 모멸감이 들 것"이라며 자회사 전출을 강하게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 이후 사측 차원의 사과가 이뤄지기도 했다. 


KT는 잔류 인원들의 직무를 영업부문 등으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 내부선 "기존 전문인력을 영업인력으로 대거 전환시키고 100곳이 넘는 외곽지역 지점에 1년 단위로 순환 배치하며 휴대전화와 인터넷 판매를 강제할 것"이란 후문도 전해지고 있다. 오랜 기간 통신 인프라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력들을 하루 아침에 영업직으로 강제 전환하고 1년 단위로 순환시키며 고용 안정성을 저하시킨 점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통신 인프라 인력을 대거 아웃소싱하면서 유무선통신 부문 경쟁력과 수익성이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AI 신사업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랜 근간 사업이자 최대 수익원마저 줄여야 한다는 딜레마에 갇혔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실제 마케팅비 및 CAPEX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마케팅비는 62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고 CAPEX도 2조340억원으로 9.7% 줄었다. 마케팅비와 CAPEX가 통신가입자 유치 및 망 유지·보수에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경쟁력에 직격탄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는 "비교적 고연봉의 AI 인력 채용을 위해선 불가피한 행보지만 유무선통신 사업이 여전히 전체 매출 50%대에 육박하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며 "실제 KT가 최근 구조조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년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계약직 복귀 여부를 조사 중이란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도 "구조조정 규모가 크면 클수록 업무 분장과 책임 경계가 흐려져 통신망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과거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도 통신망 유지, 보수 인력들을 감축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는 올해 연간 CAPEX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해 주요 투자를 최대한 아우르고 직원들에 대한 직무전환 교육을 다각도로 진행해 AICT 역량도 지속 제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현재 본사 잔류 인원 등에 대한 직무전환 교육을 다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G 성숙기에 따라 CAPEX가 축소되는 추이는 전 세계 공통"이라며 "올해 연간 CAPEX는 내부 투자계획에 발맞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 중"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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