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KT, 김영섭號 '실효성 의문
과거 구조조정보다 수익·재무상태 안정화…핵심인력·고수익 자산 이탈 우려 상존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사옥. (제공=KT)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KT가 최근 대규모 인력조정에 이어 비핵심 자산 매각을 본격 추진하면서 조직 슬림화 작업 전반에 힘을 싣고 있다. 중장기적인 밸류업 달성과 AI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선 전방위적인 비용 효율화가 필수적이라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으로 핵심인력 이탈을 비롯해 일부 '고수익' 부동산이 매각될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김영섭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입지가 흔들리며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첫 대규모 인력조정이 단행된 2014년에 비해 재무·수익 상태가 크게 안정된 만큼 단기 수익·성장성과 직결되는 수준의 구조조정은 과도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2800명의 희망퇴직과 1700명의 자회사 전출을 통해 총 4500명 규모의 인력조정을 일단락 지은 뒤 비핵심 자산 매각 방안을 다각 강구 중이다. 이번 인력조정에 따라 3000억원 수준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자산 유동화에 나설 시 구조조정 효과는 1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추진 중인 AI·클라우드 협력 사업에만 2029년까지 1~2조원대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지속적인 자금 비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현재 6%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028년까지 9~10% 수준으로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밸류업 목표도 상존하는 만큼 향후 다양한 재원 활용 방안이 적극 강구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AICT 부문에서 최고 역량을 갖춘 기업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조직과 인력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혁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구조조정 목적 및 실효성에 대해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무·수익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인 가운데 이뤄지는 과도한 구조조정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일차원적으로 개선해 김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려는 꼼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체 인력의 23%를 향한 구조조정 칼날에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KT는 영업이익 감소세를 이어가던 2014년 8000여명 규모의 인력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91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조원대를 한참 밑돌았다. 반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4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고 현금및현금성자산도 4조원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일각에선 KT가 10여년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만큼 긴급한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번 인력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 중 핵심 인력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 기업 성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통신 가입자가 둔화됐다 해도 매출은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 수익성 위주 사업개편을 통해 성장폭 확대를 노려볼 수도 있는 시점이었다"며 "회망퇴직금이 최대 수억원대로 잡히면서 핵심 인력들이 적지 않게 몰려 향후 사업 경쟁력에 일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고수익이 전망되는 부동산 자산 역시 매각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기업 성장성 및 수익성이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보다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호텔 등 조 단위 규모의 부동산 매각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올 3분기 기준 이 회사의 투자부동산 규모는 2조2600억원 수준이다. KT는 현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안다즈 강남 등 서울 지역 프리미엄 입지에 고급 호텔을 여러개 보유 중이다. 통상 부동산 매각이 유휴자산에 한정돼 이뤄져 온 점을 고려하면 당장 수익 창출이 가능한 호텔 매각은 이례적인란 게 시장의 반응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KT에스테이트 호텔부문 매출은 1836억원으로 전년 대비 43.5% 늘었고 2년 전인 2021년보단 296.4%나 급증했다. KT로선 미래 수익원으로 꼽은 AI 투자를 위해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황금알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갇힌 셈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KT가 소유 중인 부동산들은 당초 옛 기지국 부지에 기반해 입지가 좋아 항상 기대를 넘어선 시장 가치를 형성해 왔다"며 "투자 회수는 물론 아직 수익화 시점도 불분명한 신사업을 위해 성장을 위한 한 축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엔데믹 이후 관광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위치 좋은 호텔들을 매각하는 데 따른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실제 이런 리스크로 과거 호텔 일부 매각을 검토했으나 유보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밸류업 프로그램 및 AI 투자 이행을 위해 다각적인 재원 활용·마련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현재 추가적인 인력조정에 대해선 검토된 바 없으며 자산 매각 여부나 대상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호텔도 매각이 확실시된 상황이 아닌 만큼 종합적인 검토를 거친 뒤 최종 의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장기 목표 달성 등을 위해 다각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부연했다.


한편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김 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장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정치적 외풍이 이어져 정권 교체 시기마다 지배구조가 크게 변동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T 내부서 여전히 다른 정치 성향을 지닌 세력들이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을 하고 있다는 후문도 있다"며 "앞으로도 주요 경영진들이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내년 선임되는 사외이사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KT는 9일 "주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추천받을 것"이라며 사외이사 추천 공모를 올렸다. 추천 분야는 ▲리스크·규제 ▲재무 ▲법률 ▲ICT 부문이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모집 분야에 전문성이 깊고 정치색이 옅은 사외인사가 선임돼야 향후 낙하산 논란 같은 정치적 외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추후 사외이사 후보를 별도 발표할 예정이며 내년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할 계획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