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비상계엄령 선포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무산됐다. 당초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으로 1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지배구조 재편이 무위로 돌아간 만큼 경영계획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아직 자금조달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중장기 성장사업인 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전(SMR) 등에 대한 투자 의지가 확고한 만큼 자체 자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무산되면서 분할합병으로 1조원 이상의 투자재원을 마련하려던 두산에너빌리티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적기 투자해 시장 우위를 선점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 재편 무산은 뼈아프다.
실제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SMR 시장 규모는 2035년 6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 등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국내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18기가와트(GW) 규모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러니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2년간 SMR, 대형원전 공장 증설에 6000억원, 가스‧수소터빈 개발에 1000억원 등 7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대형 원전 10기 이상, SMR 60기 이상, 가스터빈 100기 이상을 수주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재로선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 사업 전망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두산그룹 역시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투자 자금조달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CFO)는 10일 주주서한을 통해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역시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해 대안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규모 내에서 투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연결기준 EBITDA는 1조1385억원이다. 이 가운데 1년내 상환시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1866억원에서 2조2330억원으로 88.2%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22.2%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 이하로 관리되는 기업은 우량기업으로 간주한다. 같은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2조388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벌어들인 돈과 보유한 현금으로 빌린 돈을 갚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의견이다.
나아가 알짜 배당 수익원인 두산밥캣의 역할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 두산밥캣 결산배당으로 614억원을 챙겼다. 이어 2022년 중간배당 307억원, 결산배당 384억원을 수령했다. 2023년에도 중간·결산 각각 369억원을, 올해는 중간배당으로 369억원을 받았다. 이처럼 두산에너빌리티는 앞으로도 연 7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경영 환경에 따라 가장 유리한 자금조달 방안을 고민하겠지만 자체적인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일부 회사채 등 외부 조달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부채비율은 우려할 수준이 아닌 데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올해 실적이 연간 가이던스에 부합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 중"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사업의 핵심 기술을 가진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장기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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