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이스트소프트가 적자 늪에서 벗어날 채비를 마쳤다. 'AI 에이전트'로 체질 개선에 뛰어든 2016년 이후 8년 간 기울인 '비전 2025'를 향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이스트소프트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협업과 해외 시장 진출에 힘입어 내년부터 흑자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49억원과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5%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적자폭은 23.2% 줄었다. 이 회사는 2022년 영업손실 마이너스(-)57억원으로 적자전환한 이후 ▲2023년 -89억원 ▲2024년(3분기 누적) -75억원으로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글로벌 사업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손실 폭이 감소하는 모습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운영 효율화와 자회사들의 고른 실적 개선 덕에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트소프트가 다져온 AI 기술 개발 및 사업의 성과와 무관치 않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2016년 취임과 함께 AI 서비스로의 체질 개선을 담은 '비전 2025'를 발표했다. 이후 회사는 기존 SW에 AI 기술을 결합하고 AI 분야 기업부설연구소(이스트소프트 A.I Human Lab)를 설립하며 'AI에 진심'인 행보를 보였다. 이스트소프트는 AI 휴먼 시장을 공략, AI 휴먼 기술 서비스 '페르소(PERSO)'를 출시했다.
페르소는 시니어 케어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페르소를 활용해 김해시와 AI 휴먼 기반 스마트경로당을 개소하고, 보건복지부와 '시니어 말벗' 및 실시간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아울러 회사는 'AI 스튜디오 페르소'를 통해 휴먼 영상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니어케어, 교육, 콘텐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페르소의 고객은 LG에너지솔루션, KG모빌리티, YBM 등 국내 파트너사는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해외 B2C 고객 2만 명을 포함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최근 페르소 산하 서비스로 생성형 AI 더빙 서비스 'AI 비디오 트랜스레이터'를 출시했다"며 "자막과 음성 더빙 없이 영상을 다국어 콘텐츠로 변환시켜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스트소프트의 2025년 흑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과의 접촉이 주효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스트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글로벌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 자사 플랫폼 Teams에 이스트소프트의 페르소를 탑재, 활용 방안 및 유료화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페르소가 강점을 보이는 시니어 케어 사업도 해외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국내에서 확보한 페르소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일본의 LLM 기업 및 널싱(Nursing) 기업과 연합, AI 휴먼 말벗 서비스 실증 실험 중이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AI 휴먼 시장의 호재도 이스트소프트에게는 청신호다.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이머전 리서치(Emergen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휴먼 아바타(Digital Human Avatar) 시장 규모는 2021년부터 연평균 36.4% 성장하여 2030년에는 5276억 달러(약 7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AI 비디오 스타트업 HeyGen의 경우 2022년 7월 제품 출시 이후, 곧바로 다음 해에 1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4억 달러 어치 기업이 됐다. 영국 AI 아바타 활용 영상 제작 스타트업 Synthesia는 올해 약 7000만달러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6월만 해도 1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는 현재 21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스트소프트는 CES 2025에서 페르소 관련 부스를 설치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CES 2025의 주제는 'Connect, Solve, Discover: Dive In'으로, AI가 중점자리하고 있다. 어떤 형태의 협업인지, 언제 공개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CES 2025는 이스트소프트가 파트너쉽의 성과를 공개하는 최적의 자리로 판단된다"며 "CES 2025는 이스트소프트에게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선 회사 관계자는 "현재 AI 휴먼을 최대한 잘 보여줄 수 있는 부스를 꾸릴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투자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트소프트는 LLM(초거대언어모델) 응용 서비스인 '앨런(Alan)'을 10일 정식 출시했다. 오픈AI의 GPT-4o를 비롯한 범용 AI 모델과 이스트소프트의 자체 LLM 기술을 혼용했으며, 자회사의 포털 사이트 줌에서 10여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결합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앨런은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목표로 대화형 LLM 서비스와 최신 뉴스 및 웹 기반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알툴즈와 연동해 AI 에이전트로 고도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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