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금리 인하 기대감에 올해 북적였던 회사채 시장이 '북클로징(기관투자가 회계장부 마감)'에 진입한 모양새다. 한화생명의 후순위 채권 수요예측을 끝으로 현재까지 추가 발행 예정 기업이 없어서다. IB(투자은행)업계는 지난 3일 계엄 사태가 발생하며 추가 발행에 대한 움직임이 움츠러들었고, 자연스레 북클로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尹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자연스레 북클로징 진입
11일 IB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이달 4일 후순위 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 이후 추가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올해 뜨거웠던 회사채 시장은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올해는 보통의 연말과 다르게 북클로징이 늦어졌다. 연내 두 번에 걸친 금리 인하에 더해,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전망되면서 막판까지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SK텔레콤(AAA)의 회사채 수요예측만 봐도 모집액(2000억원)에 조 단위 주문이 모이는 등 연말이라고 보기 힘든 수요가 관측됐다. 최근 수요예측을 마친 한화생명 역시 4000억원 모집에 1조4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다만 투자 수요가 집중됐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는 여전했다. 지난달 말 ABL생명과 효성화학은 각각 후순위채, 일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0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의 경우 공모 희망금리 밴드가 다소 낮은 수준이었던 점, 효성화학의 경우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미매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IB업계는 한화생명 이후 기업들의 추가 회사채 발행 가능성도 있었으나 지난 3일 계엄 사태 발생으로 인해 움직임이 움츠러들었다고 분석했다. 계엄령 선포 이후 6시간 만에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탄핵 국정으로 접어들며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발행사들의 채권 발행 니즈가 줄었고 자연스럽게 북클로징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회사채 시장은 예년과 달리 늦게 북클로징 시점에 진입했다"며 "계엄사태가 발생하면서 추가 발행 니즈가 움츠러든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사와 증권사 모두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연말에 추가 발행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자금 집행 계획은 연초로 미뤄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보험사, 자본성 증권 발행 늘어 눈길
올해 회사채 시장의 특징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사채 발행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딜사이트의 '2024년 채권 발행 집계'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61조3110억원으로 작년 대비 약 35.3% 늘었다.
이는 올해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이 완료된 일반 회사채 및 후순위(신종자본증권) 채권 기준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는 금융채·특수채 등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주목할 부분은 보험사들의 늘어난 자본성증권 발행량이 전체 회사채 발행량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올해 11곳의 보험사가 회사채 시장에 나와, 총 4조990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9380억원) 발행량과 비교해 5배를 웃도는 규모다.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을 높여야 하는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동양생명과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이 회사채 시장에 나와 후순위채를 발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해상은 9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면서 보험사 중 가장 많은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어 한화생명(8000억원·후순위채), 교보생명 (7000억원·신종자본증권) 등이 뒤를 이었다.
IB 관계자는 "내년에도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발행이 지속 이어질 것"이라며 "정국 혼란에도 내년 미국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 초 회사채 시장은 어김없이 많은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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