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위기수수료 부담·고객 이탈 가속화 '이중고'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TV홈쇼핑업체와 유료방송사업자 간의 갈등이 정점에 다다랐다. 최근 대형 홈쇼핑사인 CJ온스타일이 이례적으로 송출 중단(블랙아웃)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다. 시장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송출수수료 인상과 TV홈쇼핑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며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ENM에서 TV홈쇼핑을 담당하는 CJ온스타일은 이달 5일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의 홈쇼핑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올해 초부터 이들 방송사업자들과 송출수수료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서 제시한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이행하지 않았단 것이 이유다.
홈쇼핑 업체의 실질적인 블랙아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CJ온스타일을 비롯해 현대·롯데홈쇼핑이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송출 중단을 통보했으나 과기정통부의 중재 하에 극적으로 타협을 이뤘다. 이후 1년 만에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번 블랙아웃 사태는 사실 홈쇼핑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야기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 '송출수수료'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IPTV, SO 등)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홈쇼핑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송출수수료는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TV홈쇼핑 7개사(▲CJ온스타일 ▲GS샵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쇼핑)의 평균 송출수수료는 1조37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9375억원으로 86.8%나 확대됐다. 사실상 20년 동안 수수료가 1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송출수수료가 이를 책정하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주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입자 유치가 한계에 달하자 생존을 위해 송출수수료를 꾸준히 인상해 왔다. 특히 홈쇼핑 채널이 고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송출수수료 인상은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필수적인 수익극대화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 영향으로 홈쇼핑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했다. 실제 지난해 대형 홈쇼핑 4개사(▲CJ온스타일 ▲GS샵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의 영업이익만 보더라도 각각 전년 대비 ▲4.3% ▲18.2% ▲60.2% ▲89.9%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홈쇼핑업체들의 매출도 해마다 줄고 있다. 최근 5년 동안의 데이터를 보면 2019년 TV홈쇼핑 7개사의 방송 매출액은 3조1462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조7290억원으로 13.3% 감소했다. 이러한 매출 역성장은 TV홈쇼핑의 자체경쟁력이 약화된 점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거에는 TV 시청 인구가 많아 안정적인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부상과 함께 소비 트렌드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케이블TV 시청 고객의 이탈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홈쇼핑업체들 역시 생존을 위해 TV홈쇼핑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CJ온스타일의 경우 수익성과 고객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모바일 중심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모바일과 TV를 결합한 '원플랫폼'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방송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송출수수료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홈쇼핑사들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내 7개 홈쇼핑사들의 방송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9.3%에서 지난해 71%로 20.7%포인트(P)나 확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송출수수료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홈쇼핑사와 방송사업자 사이에 지속된 문제다. 아무래도 사적계약이다 보니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크다"며 "트렌드 변화로 TV홈쇼핑이 소비자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가운데 송출수수료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번 블랙아웃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현재의 소비 트렌드는 일방향적 소비가 아니라 소비자 개인의 요구에 특화된 맞춤형 소비다"며 "그럼에도 홈쇼핑은 여전히 과거에서부터 이어온 전통적인(일방향적)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을 록인(유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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