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통합 집념…옛 영광 되찾는다
아시아나 12일 자회사 편입…조 회장 '수송보국' 일념 인수 강행, 재계 위상 회복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17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제공=한진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이 오는 12일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4년 넘게 이어온 국내 양대 항공사 대통합을 마무리한다. 통합 대한항공은 글로벌 10위권의 거대 항공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특히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기점으로 과거 영광을 되찾을 준비를 마치게 된다.


여기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끈질긴 뚝심과 집념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한진그룹 창업 이념인 '수송보국'을 따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밀어붙였다.


◆ 아시아나 자회사 편입, 4년 대장정 마무리…통합 매출 24조원 상회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11일 아시아나항공이 단행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 1억3157만8947주(지분율 약 63.9%)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며, 다음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통합 계획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우선 2년간 아시아나항공을 독립 법인으로 운영하는데, 이 기간 IT 시스템과 정비, 지상조업 등의 사업을 단계적으로 합칠 계획이다. 아울러 양사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3곳도 당분간 개별 자회사로 운영되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뭉치게 된다.


통합 대한항공은 단숨에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19년 말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대한항공은 18위였으며,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다. IATA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부터 RPK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가장 최신 순위로 계산할 때 통합 항공사는 1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67대, 81대 총 248를 보유 중이며, 진에어(30대)·에어부산(21대)·에어서울(6대)까지 포함하면 305대에 이르게 된다. 아울러 지난해 연결기준 양사 통합 매출은 23조7351억원, 통합 자산은 43조4085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올해는 이 같은 기록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올 3분기 말 통합 매출은 19조5704억원으로 전년 매출의 82.5%를 달성했으며, 통합 자산은 44조9059억원으로 이미 전년도 수치를 상회 중이다.


◆ 대내외 반발·팬데믹 비상경영…"수송으로 국가 기여" 인수 결단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는 과정은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외부 세력은 물론, 동종업계 인수에 따른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종사자까지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인수 작업이 석연치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이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제39회 2024년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수상한 뒤 김연성 한국경영학회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한진)

당시 한진칼은 조 회장과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그룹)이 경영권을 두고 지분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별세한 이후 조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반발한 조 전 부사장이 제3의 세력과 손잡고 조 회장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 회장이 분쟁 승기를 잡기 위해 우군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적인 영업 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 회장이 인수를 결정한 2020년 11월은 팬데믹 사태가 한창이었다. 대한항공은 2020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적자 117억원과 순손실 6518억원을 냈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를 기록했다.


조 회장은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양사 합병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인수 결정을 발표한 직후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지만,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팬데믹 장기화로 해외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이 지연됐지만, 조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에어 트랜스포트 월드'에 참석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를 걸었다"며 "기업결합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3월 열린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통합 항공사를 우리의 역량으로 정성껏 가꾸면 곧 글로벌 항공업계의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 것이고, 대한민국 항공업계 전반에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한때 재계 5위, '2세 분쟁' 쪼개진 그룹…한자릿수 순위 진입 기대감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옛 위상을 다시금 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으로 한진그룹 공정자산이 약 50조원 수준으로 불어나는 만큼 현재 14위권인 재계 순위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 자릿수 순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경영 전면에서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항공과 물류 뿐 아니라 해운, 금융업을 영위하며 재계 5위권까지 올랐다. 조 창업주는 생전 4명의 아들끼리 불필요한 마찰을 빚지 않도록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그려 놨었다. 세부적으로 장남인 조 선대회장은 한진그룹 대표와 대한항공을 이끌도록 했으며,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은 차남 조남호 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맡았다. 한진해운과 메리츠증권은 각각 삼남 고 조수호 회장와 사남 조정호 회장이 독립경영하도록 했다.


대한항공 B737-900ER. (제공=대한항공)

하지만 오너 2세 체제로 진입하면서 비상장사 주식 상속 등의 문제를 놓고 형제 간 갈등이 본격화됐고, 장남과 삼남 대 차남과 사남의 구도로 '형제의 난'이 발발하면서 그룹 위상이 약화됐고,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가 번지면서 지금의 재계 순위까지 밀려났다.


구세주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항공사 간 결합"이라며 "다양한 구조·행태적 시정조치가 부과된 첫 항공사 결합 사례로 항공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향후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