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전면 개혁하기로 했다. 다음달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재구성에 들어간 뒤 주식 액면분할, 자사주 전량 소각, 분리선출 사외이사 및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 도입 등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10일 김광일 MBK 부회장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부회장은 먼저 최윤범 회장 체제 이후 고려아연의 주주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원인은 근본적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주가는 2019년 초까지 동종업계 대비 견조한 성장 추세를 이어갔지만 2019년 3월 최윤범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고 동종 업계 주가 회복기에도 경쟁기업들에 크게 못 미쳤다"며 "이같은 주가 추이는 2022년 말 최 회장 취임 후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더욱 악화해 연 마이너스(-) 5.8%로 역성장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년간 총주주수익률(TSR, 기간 말 주가-기간 초 주가+기간 동안 주당 배당가액/기간 초 주가)이 꾸준히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2021년 고려아연의 TSR은 32%였는데 최 회장 취임 직후인 2023년엔 –5%로 음수 전환했다"며 "이는 같은 기간 KOSPI200 인덱스(22%)는 물론 MSCI 동종산업 인덱스(13%)에 비해서도 현저히 저조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주주가치가 훼손된 배경에 이사회의 관리감독 없는 투자 집행이 있었다고 했다. 최 회장 이후 고려아연이 집행한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정석기업 투자 및 씨에스디자인그룹 거래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부회장은 앞선 세 가지 사례에 투입한 1조2000억원을 고려아연의 투자자본이익률을 유지하는 수준의 적절한 투자에 집행했을 경우 주주가치가 2조5000억원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최 회장 취임 전 5개년 평균 수준의 투하자본이익률을 창출하도록 효율적으로 투자가 이뤄졌을 경우 약 2687억원 규모의 EBITDA가 추가 발생했을 것으로 봤다.
MBK는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회복 방안으로 ▲주주환원 ▲주주참여 ▲거버넌스 개선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주주환원을 위해 주식 액면분할을 진행, 유통주식 수를 늘려 시장의 가치발견 기능을 제고하고 12.3%에 달하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방침이다.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당정책 공시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다.
주주참여 증진을 위해서는 소수주주들의 분리선출 사외이사 후보 추천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 중 선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기존 '3%룰'을 대폭 강화한다는 의미다.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담당 사외이사를 이사회에서 결의하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권한을 강화하고 투자심의위원회와 ESG·양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기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임시로 구성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이사회 규정으로 설정해 상시기구화 하고 이사회 규정 개정을 통해 내부거래위원회 심의대상을 기존 최대주주에서 주요주주로 확대해 본인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 투자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일정규모 이상의 거래, 본업과 무관한 중요한 거래를 엄격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로써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일부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 이사회에 의해 훼손된 고려아연 주주가치는 최소 3조4000억원에 육박한다"며 "MBK-영풍 컨소시엄은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으로 기업지배구조를 바로잡아 고려아연이 성공적으로 탈바꿈해 잠재된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후 진행된 일문일답을 통해 시장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밝힌 '20~30년 오랜 시간이 필요한 산업분야에 대한 단기 투자자본의 지배력 강화' 우려에 대해 김 부회장은 "ING생명, 두산공작기계 등 지난 20년간 투자할 때마다 듣는 질문"이라며 "20년 장기비전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회사가 20년 뒤에도 잘나가려면 현재에도 잘나가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들, 좋은 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엑시트할 때 자산을 모두 현금으로 팔아서 나가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20년짜리 비전이 없다는 건 적합한 표현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NDA) 파기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고려아연과 접촉한 법인과 이번 바이아웃 법인은 다르다"며 "관련 내용을 사전에 몰랐고 지난 5월 정도에 NDA 기한이 끝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NDA 기한이 끝나기 전인 올해 초 영풍과 접촉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먼저 연초부터 만난 게 아니다"라며 "NDA 의무 주체는 우리가 아니다. 최 회장 측도 인정했듯이 스페셜시추에이션스 측이고 거기에 위반되는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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