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삼성SDS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사업 덕택에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나 고질적 문제인 내부거래 의존도는 해결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2021년 약 76.0%까지 낮췄던 내부거래 비중(국내 매출액 대비)이 지난해 다시금 80%대로 오르며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주가 올리기'란 의무를 지닌 상장사인 만큼, 대외 매출을 늘리고 성장동력에 집중해 외연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SDS는 올 3분기 매출로 3조5697억원, 영업이익으로 2528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3%, 31.0% 증가한 수치다. 시스템통합(SI) 사업 매출이 25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하락하고 IT아웃소싱(ITO) 사업 매출도 같은 기간 7361억원으로 3.5% 낮아졌으나, 생성형 AI에 힘입은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전년보다 35.3%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삼성SDS의 클라우드 사업 비중의 80% 이상이 관계사라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원석 삼성SDS IR 팀장은 올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중) MSP(클라우드인프라관리서비스)는 관계사 비중이 8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고,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도 80%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회사는 클라우드 초기 상태로 관계사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클라우드 사업만의 일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삼성SDS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국내 계열사 내부거래액/총 매출액) ▲2021년 65.8% ▲2022년 65.9% ▲2023년 65.8%로 65%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국내 매출액을 기준으로 국내 계열사의 비중을 계산해보면, ▲2021년 76.1% ▲2022년 78.6% ▲2023년 80.2%를 차지한다. 이는 시스템통합(SI) 기업이 그룹사 IT서비스를 운영하는 특성상 내부거래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수치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양날의 검'이다. 그룹사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반대로 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반사손실'을 입는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우 IT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SDS의 고객사 중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9조18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보다 15% 낮은 수치였다. 올해 3분기 삼성SDS의 SI사업과 ITO 사업의 하락세는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이정헌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등 관계사들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IT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IT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서원석 삼성SDS IR 팀장은 "관계사 상황이나 당사의 R&D 비용을 감안할 때 4분기 마진은 3분기보다 다소 낮은 수준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가는 LG CNS와 상반된 행보다. LG CNS의 최근 3년 간 공정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2021년 56.1% ▲2022년 55.8% ▲2023년 47.9%다. 국내 매출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2021년 60.1% ▲2022년 60.5% ▲2023년 54.0%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 CNS는 전체 매출 중 Non-Captive 매출(계열회사 외 매출)이 약 40% 수준인데, 이는 대기업 IT 계열 Peer(경쟁사) 평균인 15% 내외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디지털전환(DX)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한 뒤 해외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외부 고객을 늘려가며 이상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룹사 내 내부거래는 결국 '유한한 성장'이라는 한계가 있다. 회사 내 IT 서비스 인프라 마련이 완료되고 나면, 자연히 성장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가 부양의 의무를 지닌 삼성SDS의 궁극적 과제가 대외사업 확대로 귀결되는 이유다. 회사가 '그룹전산실' 이상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시장의 전언이다.
삼성SDS는 클라우드와 물류 사업에 주력, 외부 거래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생성형 AI 기반 데이터분석 등 신기술 분야로 사업범위를 확대하고,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통합플랫폼 구축사업 등에도 집중하여 공공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기업용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와 AI 기반 협업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을 정식으로 선보이며 토대로 AI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9월 열린 '리얼 서밋 2024' 발표 내용에 따르면 패브릭스와 브리티 코파일럿 서비스는 100여 개 기업 고객이 도입했고, 15만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기반 클라우드 사업은 전자제조, 유통, 소비재,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에서 선행컨설팅 및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가시적 성과를 확보했다"며 "패브릭스와 브리티 코파일럿의 경우 서비스 상품 출시 후 파라다이스그룹, 베트남 IT 기업 CMC Global 등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를 확보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4분기 동안 대외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내년을 위한 기술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SDS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을 준비 중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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