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반려동물 면역항암제 시장에 속속히 뛰어들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의 고령화에 따른 암·치매와 같은 난치병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이와 관련된 수요가 견고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각 회사별 차별화 전략이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시장은 2022년 8조5000억원 규모에서 2032년 2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반려견과 반려묘의 주요 사망 원인 1위는 고령화에 따른 '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존에 개발 중이던 신약 후보 물질을 반려동물 암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반려동물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가장 앞선 건 박셀바이오다. 박셀바이오의 '박스루킨-15(Vaxleukin-15)'는 올해 8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반려동물 면역항암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건 박스루킨-15가 최초다.
박스루킨-15는 개의 백혈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인 개 인터루킨-15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개발됐으며 반려견 유선종양 수술 후 면역보조제(보조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박스루킨-15는 항암 작용에 가장 중요한 자연살해(NK)세포의 생성을 유도하고 세포독성 T세포 면역을 활성화해 항암 작용에 기여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특히 박셀바이오는 반려견 대상 전임상부터 실질임상까지 오랜 기간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된 항암면역치료제로써 다양한 암종에 적용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셀바이오는 이달 2일 유선종양 면역항암제로 허가받은 박스루킨-15에 대해 적응증을 림프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품목허가 변경신청서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제출했다. 회사는 향후 반려견 뿐 아니라 반려묘를 대상으로 한 적응증 확대까지 고려 중이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이미 품목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림프종과 같이 적응증을 확대하는 데 좀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빠른 시일 내에 박스루킨을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 역시 반려견 면역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정상세포를 손상하지 않고 암세포에만 약효가 집중되도록 개발한 폴리탁셀(Polytaxel)을 반려견에게도 처방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특히 폴리탁셀은 '무고통'(pain-free) 항암제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의 반려견 항암제 품목허가를 신속히 받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유효성 실험에 이어 농림축산식품부에 임상 신청 후 개시되는 반려견 항암제 3상 임상시험도 대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자연발생 유선암에 걸린 반려견에게 폴리탁셀을 투여한 결과 간과 콩팥의 이상 증세·체중 감소·스트레스 수치 증가·골수 억제 현상·혈소판 감소 등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특히 체중변화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독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 개발기업 유틸렉스도 반려동물 면역항암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회사가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는 건 수술 없이 단독 요법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개와 고양이 모두 투약이 가능한 것도 이 회사 면역항암제의 장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의 반려동물용 면역항암제는 수술 요법과 병행하여야 하므로 치료 비용이 매우 비싸지는 단점이 있어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항암 치료를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며 "다만 유틸렉스의 면역항암제는 수술이 필요 없는 단독 요법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유선암을 타깃으로 개발 중이지만 향후 암종은 계속 확장할 계획"이라며 "비임상 실험에서 종양 면역환경의 현저한 변화와 중농도에서의 종양 제거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의 고령화에 따른 질병도 주목을 받는 등 관련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동물의약품은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어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용 신약개발은 인체용 신약개발에 비해 임상 기간이 훨씬 짧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기업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보유 중인 다른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가 용이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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