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중형조선 케이조선(옛 STX 조선)이 최근 대표이사 교체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케이조선은 30척의 일감을 확보한 데다, 적극적인 인력 채용으로 공정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대주주인 KHI와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안정적인 일감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 경영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매각하려는 엑시트(투자금회수)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김찬 전 케이조선 대표이사가 지난달 11일 케이조선 대표로 재선임됐다. 김 대표는 2014년 STX 사업부문장, 2019년 KHI 투자총괄 자문위원, 2021년 케이조선 경영부문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해 말 케이조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가 올해 3월 사임했던 인물이다. 당시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던 김 대표는 불과 7개월 만에 케이조선 대표로 복귀했다.
케이조선은 이달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케이조선은 이미 김 대표를 필두로 한 조직개편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내년 사업 준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케이조선이 경영환경 이유로 몇개월 사이 대표이사를 교체했는데,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경영권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케이조선의 주주구성을 보면 KHI 49.79%, 유암코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케이선샤인홀딩스 49.79%다. 공통투자 형태로 출발했으나 경영권은 KHI가 행사하다가 최근 유암코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KHI가 지분을 매각한 것은 아니고 경영권만 유암코에 넘긴 것이다. 통상 경영권이 바뀌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한다. 유암코는 케이조선 경영부문장을 맡으며 손발을 맞췄던 김찬 전 대표를 재선임해 빠른 조직 안정화를 꾀했다. 더불어 유암코는 이번 경영권 인수를 계기로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케이조선은 안정적인 일감을 바탕으로 무리한 수주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케이조선은 긴축경영의 방안으로 원가절감, 선별 수주 등으로 서서히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2291억원, 영업이익 45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3% 증가했고 같은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수주를 따내며 일감을 쌓았고 그 덕분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케이조선은 연간 14~18척의 선박을 건조 중인데, 현재 수주잔량(남은일감) 30척을 보유하고 있다. 2026년 11월(인도기준)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생산 인력 충원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케이조선은 최근 선박 생산 및 설계 분야 인력을 충원한 만큼 경영 정상화에 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실적 개선의 탄력이 붙으면 대주주의 엑시트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조선 내부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이 유암코로 넘어가면서 조선소 운영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보다 수월해졌고 선박 건조도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암코가 경영권 인수 배경 등과 향후 사업 전략 등을 임직원에 설명하는 등 긴밀하게 소통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대주주도 엑시트 시점을 고심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경영으로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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