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가속화 SK, 슬림화 체력비축 후 AI투자 강화
신규임원 급감·비핵심사 처분…100조원대 AI 투자 앞두고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15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 사옥. (사진=뉴스1)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전사적으로 AI 전환에 나선 SK그룹이 정기 인사 이후 소규모 조직 개편을 통한 인력 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SK그룹 전반적으로 리밸런싱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말부터 비주력 계열사와 조직을 축소·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슬림화, 효율화 작업의 리밸런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전체 임원수 및 종업원 급여가 50% 가까이 늘고 연구개발비도 140% 급증한 가운데 연간 수십조원의 AI 투자를 앞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SK는 최근 시장에 떠도는 여러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대해선 '통상적인 차원'이란 입장을 밝히면서도 추후 추가적인 조직·인력 조정은 이뤄질 순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024년 사장단 인사 이후 주요 계열사 인력 감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 취임한 최 의장이 그룹·조직 슬림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조직 개편으로 인한 부서 통폐합 등을 통해 유휴인력도 부서 이동을 하거나 정리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 내부적으로 인력을 100여명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구체적인 수치까지 새어나오고 있다.


현재 SK 연결대상 종속회사 수는 올 3분기 기준 660개로 연초에 비해 56개나 감소하는 등 비핵심 자산을 대거 매각 중이다. 3분기 기준 그룹 부채비율이 128%로 지난해 말보다 17% 포인트 감소하는 등 재무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고 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핵심 계열사들이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수익성도 함께 강화되고 있다.


다만 SK가 향후 5년 동안 100조원에 육박하는 AI 관련 투자를 예고한 점을 고려하면 리밸런싱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SK그룹은 향후 5년 동안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AI 서비스 등 3대 핵심영역에 10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집행한다. 3년 안에 잉여현금흐름을 30조원대로 끌어올리고 부채비율을 100% 아래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마련되는 자금은 AI 부문에 집중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 동안 AI 관련 반도체 부문에 총 103조원을 투자하고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도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유임된 점도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SK가 AI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선택과 집중'의 조직 통합·개편을 가속하기 위해 인력 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최근 조직·인사개편에서 '통신' 및 'AI' 두 축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SK하이닉스도 사업부서를 AI인프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조직 단계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전문가들은 SK가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 효율화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AI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비핵심 자산 매각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올해 연말과 내년에는 인력 효율화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 의장이 취임한 뒤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는 등 주요 인력들의 역할론을 강조해 온 만큼 임직원 옥석 가리기가 이뤄졌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임원 규모를 2019년 수준으로 감축시키는 게 목표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5년 동안 SK그룹의 영업·판매관리비 부담은 급증했고, 임원 수는 올 3분기 기준 112명으로 2019년 3분기 대비 45.5%나 늘었다. 종업원 급여는 올 3분기 누적 7조4204억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50.5%나 늘었고 신사업 관련 연구개발비도 2932억원으로 141.5% 급증하면서 비용 부담이 더해졌다. 같은 기간 운전자본은 15조6801억원으로 46%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K가 2025년 인사를 통해 선임한 신규 임원 수는 75명에 불과하다. 2024년 82명 대비 소폭 줄었고, 2023년 145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그룹 차원의 긴축 칼날이 고연봉 임원진에게 선제적으로 향한 셈이다. 퇴임 임원의 규모 및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퇴임 임원 비중이 신규 임원 비중을 크게 상회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SK그룹을 이끌어온 조대식, 박정호 부회장도 퇴임하기도 했다. 이번 신규 임원 대부분이 기술·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인력을 효율화해 그룹 전체 수익·재무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 의장이 내년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소규모 조직 개편으로 인력 조정을 단행하며 리밸런싱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려 온 만큼 여러 비주력 사업, 조직을 통폐합하며 인력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귀뜸했다. 


한편 SK그룹의 리밸런싱 기조는 앞으로 지속 강화될 전망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달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리밸런싱과 AI 투자는 같은 선상에 있다"며 "줄일 대로 줄이고 이에 따라 AI 투자 비중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근 AI 태스크포스를 추진단으로 격상시키고 디지털전환 추진팀을 신설하는 등 AI 중심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밖에도 4조원 규모의 SK스페셜티 등 일부 비주력 계열사 매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법인을 출범하는 등 계열사 통폐합 작업도 병행 중이다.


SK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부 조직 개편이 이어질 순 있지만 통상적인 차원으로 이뤄질 것이며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을 것"이라며 "인력 감축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력 조정은 그때 가봐야 아는 사안으로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다양한 효율화 작업을 통해 쌓인 자금을 AI 부문으로 투입하겠다는 기조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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