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롯데렌탈 인수를 결정하면서 케이카 매각에 나섰던 한앤컴퍼니가 아쉬운 입장이 됐다. 그간 원매자 물색에 난항을 겪어왔던 케이카의 유력 인수 후보자로 최근 어피니티가 떠올랐었기 때문이다. 렌탈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어피니티는 롯데렌탈을 높게 평가하면서 케이카 대신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일 어피니티는 롯데렌탈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바인딩 MOU)를 어피니티와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다. 총 매각금액은 1조5729억원으로 롯데렌탈 기업가치를 2조8000억원 가량으로 책정했다.
향후 실사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딜클로징이 이뤄질 전망이다. 어피니티는 우선 롯데렌탈과 SK렌터카를 별도 법인으로 두고 향후 3년 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기간 롯데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롯데렌탈이 기존에 추진하던 렌탈 사업 확대, 중고 렌탈 활성화 등의 과제도 지원할 예정이다.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를 결정하면서 비슷한 업종인 케이카 매각을 추진하던 한앤코는 아쉬운 상황이 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케이카의 유력 인수 후보자로 어피니티를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까지 케이카 매각 주관을 맡은 골드만삭스는 어피니티 측과 케이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적정 기업가치를 논의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올해 8월 어피니티가 SK렌터카를 품에 안으면서 볼트온 전략의 일환으로 케이카 인수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렌터카의 경우 렌탈사업과 더불어 중고차 사업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케이카 인수로 시너지를 끌어올릴 여지가 충분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SK렌터카의 중고차 부문 매출은 3787억원으로 전체 매출(1조1645억원)의 32.5%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시장에 롯데렌탈이 매물로 등장하면서 어피니티는 선회했다. 어피티니 입장에서는 렌터카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케이카 대신 롯데렌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각각 21%, 16%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1, 2위를 다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카 역시 렌탈사업을 영위하고 있긴 하지만 롯데렌탈에 비하면 약소한 수준이다"며 "렌탈사업의 시너지 측면에서는 케이카보다는 롯데렌탈의 매물 매력도가 더 높았던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렌터카 업계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롯데렌탈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력 인수 후보의 이탈로 한앤코는 케이카 원매자를 다시 물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앤코는 지난 2021년 케이카를 상장시킨 후 최대주주 지분 보호예수가 풀린 2022년 12월부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그간 적절한 원매자를 구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다시 한번 주요 연관 기업 및 PEF에 매각 의사를 타진 중이다.
매각 난항과 별개로 한앤코가 케이카의 투자원금 이상을 일찍이 회수한 점은 긍정적이다. 한앤코는 2018년 당시 SK엔카 중고차 사업을 2000억원에 인수한 뒤 조이렌트카를 500억원에 사들여 합병, 케이카를 출범했다. 총 투자금액은 2500억원 가량이다. 케이카 상장 과정에서 한앤코는 구주매출로 3065억원을 회수했으며 이후 배당으로 매년 260억원 가량을 거둬들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케이카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731억원과 5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3%, 영업이익은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35억원에서 346억원으로 47.1% 급증했다. 9일 종가기준(1주당 1만2060원) 케이카의 시가총액은 6056억원으로 이를 고려한 한앤코의 보유 지분(72.05%) 시가는 약 4363억원으로 추산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