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우리기술'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건설 허가가 난 신한울 3·4호기 관련 매출 반영 지연과 해상풍력 등 신사업의 수익성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기술은 주력인 원전사업을 공고히 하면서 해상풍력과 폐플라스틱 재생유 등 신규사업으로 매출 다변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어계측 전문기업 우리기술은 3분기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54억원, 영업손실 32억원, 당기순손실 1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우리기술에 따르면 원전 사업은 4분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계절적 요인이 있다. 통상 적자가 이어지다 하반기부터 흑자로 전환하는 특성이 있다. 다만 우리기술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자였다가 3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올해의 경우 3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 전체 영업적자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리기술의 3분기 말 기준 원가율은 80.4%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원가율 67.1%에 비해 13.3%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원가 상승으로 원가구조가 저하되면서 올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올해 예상했던 원전 매출이 내년으로 이연되면서 4분기에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기술은 국내 원자력발전 분산제어시스템(DCS) 분야의 독점 기술을 바탕으로 원전에 계측제어설비(MMIS)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DCS는 원전의 운전·제어·감시·계측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설비다. 우리기술의 DCS는 국내 거의 모든 원전에 공급되고 있다. 신규 원전 외에도 가동 중인 원전의 계측제어와 유지·보수 등으로 연간 250억~500억원의 고정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의 알짜 회사다.
올해 9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가 나면서 600억원 이상의 DCS 관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내부 사정으로 매출 반영이 지연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기술 관계자는 "한수원 사정으로 신한울을 비롯해 신고리 원전 등 여러 곳에서 매출이 지연되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매출이나 수익성이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영향으로 수익성이 주춤한 탓도 있다. 과거 우리기술은 원전에 사업이 집중된 탓에 부침을 겪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방산업과 해상풍력, 최근에는 폐플라스틱 사업까지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상황이다.
우리기술은 2017년 우리DS, 2020년 우리HQ를 100% 자회사로 인수해 방산 부품 산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기술 매출 비중은 원자력 38%, 방산 33%, SOC(철도) 23%로, 방산 비중이 빠르게 성장한 상태다.
다만 방위산업이 특수성을 이유로 이윤 상한제를 두고 있어 생각보다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게 우리기술 측 설명이다. 우리기술 관계자는 "방산업 최고 이익률이 두 자릿수도 안 된다"며 "사업은 굉장히 안정적이지만 수익이 크게 나진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우리기술은 종속회사인 압해풍력발전소를 통해 해상풍력사업도 추진 중에 있으나 아직 매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자회사들의 수익성 부진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우리기술의 3분기 별도 기준 원가율은 70.6%으로 연결 기준(80.4%)보다 낮다.
이 같은 영향으로 올해 영업적자도 예상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우리기술 매출은 550억원, 영업손실 20억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적자전환 위기에 처한 셈이다.
우리기술은 내년 매출 다변화를 위해 신사업 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2020년 해상풍력사업에 진출한 우리기술은 현재 전남에 80M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인허가 작업을 마무리했고 재무적투자자(FI) 모집을 진행 중이다. 내년 착공이 목표다.
우리기술은 전북 정읍에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얻는 재생유 공장을 짓고 있기도 하다. 도시유전이라는 회사와 합작해 미래 먹거리 사업을 추진 중으로, 내년 3월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제유 전환율이 최대 70%에 달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기술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원전이 정치적 바람을 타는 게 좋지 않기 때문에 매출 다변화를 위해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 초부터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