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국내 증시가 '계엄 사태'의 여파 속에서 전날 대비 하락으로 장을 닫았다. 간밤에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가 이어진 여파로 외국인투자자가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불안정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가 장기간 침체될 우려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6.10포인트(1.44%) 떨어진 2464.0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한 뒤 장중에 2% 이상 떨어졌다가 장 후반 하락폭을 줄였다.
앞서 코스피지수는 11월29일과 12월 2일 연속으로 직전거래일 종가보다 떨어졌다가 12월3일 반등했다. 이때 외국인투자자가 코스피시장에서 전체 순매수 5406억원을 기록, 7거래일만에 매수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그러나 3일 밤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비상계엄 자체는 4일 새벽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거쳐 해제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여진이 크게 남은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도 다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 금융서비스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4일 하루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4088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가 3402억원, 기관투자자가 169억원 규모를 각각 순매수했지만 코스피지수 하락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4일 코스닥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3.65포인트(1.98%) 하락한 677.1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3.78포인트(1.99%) 낮은 677.02로 장을 시작했다. 그 뒤 오전 장중에 687.94으로 고점을 찍었다가 급락해 671.60까지 떨어진 뒤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도 155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앞서 2일과 3일에 순매수에 나섰지만 돌아선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순매도 1억원을, 기관투자자는 순매수 16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 및 코스닥지수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상계엄이 선포 6시간여만에 해제된 데다 금융당국에서 일정기간 유동성을 무한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가 큰 사건이긴 하지만 시장에 미친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며 "오히려 충격에서 회복하는 모양새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6곳은 4일 오후 2시 40분경 윤 대통령 대상의 탄핵소추안을 발인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오후 2시 40분 이후 전반적으로 이전 시각보다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외국인투자자 자금의 한국 증시 이탈이 지속될 수 있다는 예측 역시 만만찮다.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이어지면서 침체 역시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보수적 견지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극대화에 관련된 추가 여진을 상정하더라도 코스피지수 2400포인트선의 하방 지지력은 유효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 또는 완화되기 전까지 증시가 추세적 정상화될 가능성은 제한된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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