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글로벌사업 리스크 '노심초사'
원화가치 하락·투자심리 위축 우려...조속한 '정치적 리스크' 해소 관건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16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최유라, 이솜이, 이승주 기자] 간밤 비상계엄 사태에 글로벌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치적 변수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투자 심리 위축이 글로벌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삼성·SK·현대차·CJ·롯데 등 주요기업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마련하거나 향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정치적 리스크를 조속히 해소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주요기업들은 4일 오전 긴급 사장단 회의 개최하고 비상계엄과 관련한 대응방안 모색에 서둘러 나섰다. 이날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사장단·임원 대책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도 오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각사별 대응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롯데·CJ·신세계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대외환경 불안에 따른 그룹사 전반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 외 삼성과 현대차, 대한항공 등은 당직자들이 상황을 모니터링하거나 환율리스크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된 만큼 긴급 대책보다는 금융시장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살피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사업에 지장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그 영향이 두드러지진 않고 있지만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상승과 투자심리 위축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치명타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해외에선 우리나라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바라볼 수 있다"며 "안 그래도 불경기로 산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환율 변동성은 국내 산업계가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환율 상승은 수익성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실제 전날 비상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은 1444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적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은 생산자 물가가 상승된 상태에서 환율 상승만큼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도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국가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물론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손해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신규사업 수주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들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자 글로벌기업들은 현지영업을 중단하거나 투자를 끊었다. 한 국가의 내수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이때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차가 러시아 현지공장을 매각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국가 신뢰도가 중요한데 리스크가 터질 수 있는 국가라는 뉘앙스를 주게 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경제적 지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악재 속의 악재로 볼 수 있다"며 "국가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 등이 한국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재평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의 신뢰도가 하락하면 기업의 펀더멘탈 부문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해외시장에 상장한 국내 기업들은 적잖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뉴욕증시에도 거래되고 있는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3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47.77달러로 4.36% 하락했고 SK텔레콤(-1.63%), LG디스플레이(-1.76%)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쿠팡의 주가는 한때 직전거래일 종가 대비 9.8% 떨어졌다가 23.94달러(-3.66%)로 장을 마감했다.


나아가 글로벌기업들로부터의 국내 투자 기회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 역시 나온다. 최근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구글, 알리바바 등 글로벌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가운데 찬물을 부었다는 평가다. 카페24는 앞서 지난해 12월 구글로부터 26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에이블리는 최근 알리바바에게 1000억원에 규모의 투자금을 수령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밸류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앤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기업의 투자도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내수시장이 잘 돌아간다는 판단에서 진행되는데 대외적 불안감이 커지면 주변 국가에 비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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