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사태에 삼성·LG·SK…충격파 '촉각'
환율 변동성·투자 불확실성↑…대응 마련·모티너링 분주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13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 여파로 삼성과 LG, SK 등 국내 주요 그룹사는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계엄령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과 환율 급등이 자칫 수익성과 글로벌 경영 활동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도 이번 계엄령 사태가 한국 기업의 신뢰도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오전 10시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관으로 사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계엄령 사태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과 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도 이날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상황이 종료된 만큼 긴급 대책 수립보다는 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HD현대, HS효성, 포스코홀딩스 등도 계엄령 사태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HS효성은 사장단과 관련 임원이 참여하는 긴급 경제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고, 포스코홀딩스는 관련 부서에서 금융시장 동향을 검토 중이다.


주요 그룹 오너의 일정도 취소되거나 중단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오전 SK수펙스의 긴급회의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했으나 실제 참석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더불어민주당이 주관하는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도 열리지 않게 됐다.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 LG전자는 국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 권고' 공지를 전달했다. 계엄령 사태로 직원들의 안전 문제를 염려한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LG전자뿐 아니라 LG화학 등 트윈타워 입주 계열사도 재택 근무를 권장하는 내용의 연락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엄령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요 한국 기업의 주가는 급격히 요동쳤다. 이후 6시간여 만에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다소 완화한 모습이다. 다만 정치권,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주요 그룹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다각도로 대응책 마련에 나선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엄령 사태가 한국 기업의 신뢰도와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이번 사태로 해외 투자자와 고객사들이 한국 기업과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해외 사업의 지속성과 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이번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중심지인 한국이 계엄령 사태와 정치적 불안정성에 빠지면서 세계 경제와 공급망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 기아 등 주요 제조사들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의 통신사 블룸버그와 경제매체 더스트리트는 자국 기업 엔비디아에 미칠 영향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을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뤘다. 더스트리트는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엔비디아 주가에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성보다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브랜드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회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알게 될 소비자도 있겠지만 이를 특정 기업과 직접 연결 짓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계엄령 해제 후 다소 완화됐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은 여전히 환율 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의 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날 새벽 원달러 환율은 계엄령 선포 소식에 1440원대까지 급등했다가 오전 11시부터는 1410~1415원 수준에서 거래되며 일부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3321억원의 순손실(법인세 차감 전 순손익)이 발생한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환율이 오를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4188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고, LG전자는 환율이 10% 상승하면 632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그룹들은 해외 주요 거점에 금융센터를 운영하며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 위험을 항시 관리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계엄령 사태와 같은 돌발 요인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분간 환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기업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장기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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