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요건 및 절차적 하자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여당과 협의 없이 내린 독단적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4일 오전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 전화 연결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은 요건과 절차 둘 다 맞지 않는다"며 "사전에 당과의 아주 작은 교감도 없었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먼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상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현재 국내 상황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국무회의 의결이 없었던 점도 문제 삼았다.
신 부총장은 "(비상계엄 선포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실패한 친위 쿠데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 부총장은 "개인적으로 어제 대통령의 조치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리하게 계엄령을 발동한 부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부총장은 4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부총장은 "응분의 책임을 지는 적절하게 방식에 대해 연달아 열리는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을 것 같다"며 "헌법상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내란, 외환 등의 죄를 제외하고 불소추특권을 갖는데 '계엄령 발동이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신 부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설명 또한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의 계엄령 계획 주장이) 맞다는 것을 입증해준 게 대통령 본인이라는 점이 정말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발표된 직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즉각 반발했다. 이후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조국혁신당(혁신당) 등 야권은 비상계엄 발령은 탄핵사유라고 규정하고 윤 대통령의 퇴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윤석열 정권의 끝은 비참한 파멸뿐"이라며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원천무효이고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 또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5000만 국민과 민주당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의 헌정 파괴 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윤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 사퇴하지 않을 시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날로 예정됐던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외 검사 3명 등에 대한 탄핵안 의결을 보류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퇴진에 전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고 5일 본회의에 보고할 방침이다.
혁신당은 같은 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 전까지 민주당 등과 이를 수정 및 보완할 계획이다.
혁신당은 공개한 탄핵안에서 "윤 대통령은 헌법 제77조의 요건과 절차를 모두 위배한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이는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내란행위이며 군형법상 반란죄에 해당한다. 헌법을 준수하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국헌문란 목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해 폭동을 일으키고 반란행위를 저지른 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을 배반한 반헌법적인 폭거"라고 성토했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108석,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하고 있다. 헌법 제65조제2항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뤄지기 위해선 국민의힘 의원 8명 이상이 등을 돌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지난 3일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안건을 결의했을 때 친 한동훈계 의원 18명이 표결에 참여하고 여당 내부적으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점을 고려했을 때 야권의 탄핵소추안 추진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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