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온디바이스AI'에 '카메라모듈' 수익성 악화 우려
AI칩셋 등 고성능 부품 가격 상승, 우선 순위 밀린 카메라모듈 가격 인하 압박 커져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9일 16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 사옥. (제공=LG이노텍)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최근 '온디바이스AI(인공지능)'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관련 부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세트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카메라 모듈' 등의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LG이노텍의 주력 사업인 '카메라모듈'의 경우 온디바이스AI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세트 업체들이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 하방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을 다루는 광학솔루션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80%를 올릴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마저 원가를 낮춰 카메라모듈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LG이노텍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애플 등 주요 IT 세트 업체들이 온디바이스AI를 도입하는 데 따른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LG이노텍 등의 부품 벤더들은 IT 세트 업체들이 어떤 부품에 초점을 두는 지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된다. 카메라모듈의 경우 온디바이스AI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만큼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경우 애플의 가격 압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온디바이스AI는 서버가 아닌 IT 기기 자체에서 AI를 활용하다보니 고도의 연산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디스플레이, 카메라모듈 등 기계 사양에만 초점을 맞춰온 IT 세트 업체들도 최근에는 반도체 칩셋,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하드웨어와 관련된 부품에 집중하고 있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온디바이스AI는 고성능, 고전력, 고효율, 고신뢰성 등 높은 전자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반도체 칩셋이 하드웨어에서 가장 중요해지고 있다"며 "아이폰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구동하기 위해 이미 A18, M1 이상급의 칩셋을 탑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성능 부품이 들어가다보니 제품의 단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MLCC의 경우 온디바이스AI를 구동시키는 과정에서 대당 탑재량이 대폭 늘어나며 AI 서버의 경우 일반 서버보다 2.5배 많은 양이 탑재된다. IT 세트 업체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로 IT제품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성능 부품의 가격 부담을 소비자에게 모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카메라모듈 등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품 단가를 깎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부품사들도 가격 하방 압력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핵심 고객사인 애플의 판매량이 저조하면서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벤더 간 경쟁 구도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 애플의 카메라모듈 주요 벤더는 LG이노텍, 중국 코웰, 대만 폭스콘 등 3곳이다. 일본 샤프가 지난해 아이폰15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공급망에서 빠졌지만, 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코웰은 수익성이 낮은 전면 카메라모듈을 납품하고 있는데, LG이노텍이 진행 중인 후면 카메라모듈에도 진입하는 것을 오랜 숙원사업으로 삼고 있다. 애플이 후면 카메라에서 납품 업체를 이원화할 경우, LG이노텍의 가격협상력도 낮아지게 된다.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카메라모듈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의 가격도 여전히 높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부품사들은 기본적으로 공급 단가가 비슷하게 설정될 수밖에 없는데 같은 공급망에 속하게 되면 업체 간 가격 차이가 사실상 발생하기 어렵다. 애플 카메라모듈 이미지센서의 경우 소니가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고 기술력까지 갖춰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 김종배 연구원은 "가격(P)이 하락할 때에도 원가(C)는 유지해야 돼 카메라모듈 업체들의 영업이익률(OPM)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IT 세트의 전반적인 판매량이 늘어날 경우 카메라모듈도 박리다매식으로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온디바이스AI의 성능이 IT 시장 수요를 회복시킬 정도로 개선되지 않아 당장은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바이스가 AI를 지원할 수 있는 스펙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면 결국 운영체제(OS) 내 AI에 걸맞은 '킬러앱'이 등장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앱들은 실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 엄청난 이익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 급격한 판매량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사업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당장 내년에는 베트남에 3756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해 캐파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광학솔루션생산담당인 고대호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전무로 승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카메라모듈 사업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당장 카메라모듈 전망이 그리 밝지 않으나, 그렇다고 투자를 줄이면 다음에 있을 성장 사이클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의 카메라모듈 사양도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할 것"이라며 "카메라모듈의 중요도 자체가 계속해서 떨어진다고 보고 있지는 않지만 수익성에 대해서는 고민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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