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뱅 컨소시엄 분석'우리銀 맞손' 한국소호은행에 양날의 검 되나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소상공인을 겨냥한 전문은행을 콘셉트로 가장 먼저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인가 준비에 나선 곳이다. 우리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투자 의향을 밝혀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시중은행의 참여가 확정된 컨소시엄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주주의 법률 위반 소지 등도 고려하겠다는 금융당국의 평가 지침에 따라 우리은행의 참여가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축으로 구성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이달 12일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를 앞두고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한창이다. KCD는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의 제4인뱅 인가 계획 발표와 동시에 참여 의사를 밝힌 1호 컨소시엄이다.
KCD는 소상공인과 개인기업(개인사업자)에 경영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140만 사업자를 고객으로 유치 중이다. 더존비즈온이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ERP 서비스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가공한다면 KCD는 더 작은 규모 사업자의 시간별 매출 분포, 고객층 분석 등 영업실적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한다.
개인사업자신용평가사 '한국평가정보(KCS)'를 운영 중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KCD는 지난 2022년 카카오뱅크,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 등과 협력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고 KCS를 설립했다. KCS는 개인사업자의 영업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금융기관에 공급 중이다. 이어 올해 3월 기업은행과 대구은행(현 iM뱅크)의 신규 투자도 유치했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KCD의 캐시노트와 KCS 등 주요 사업 분야를 기반으로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중저신용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금융사가 공급하지 못한 서비스를 공급해 포용금융을 실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제4인뱅 인가 기준의 핵심으로 보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를 고려한 것이다.
가장 먼저 제4인뱅 인가에 도전장을 낸 만큼 대형 금융사와의 컨소시엄 구성에도 한발 앞서 있다. 올해 5월과 7월 각각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앞서 KCD는 2016년 창업 직후부터 우리은행의 스타트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연을 쌓고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은행 역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과 협력해 소상공인 금융 공급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아이티센그룹이 6월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 4개 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아이티센그룹은 IT서비스·컨설팅 기업으로 국세청 홈택스, 기획재정부 재정보조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사업을 영위 중이다. 적극적 투자를 이끌어낸 만큼 자본금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당시와 최저 자본금 규모는 250억원이었으나 최근 금융당국에서 25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부분은 우리은행의 참여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최근 부당대출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28일 공개된 제4인뱅 예비인가 평가 기준을 보면 금융당국은 신규 은행의 자본안정성을 위해 대주주의 자금공급 능력 뿐만 아니라 법위반 여부를 보겠다고 밝힌 만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태가 어떤 변수도 작용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대주주의 법률 위반 여부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심사를 즉시 중단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투자 기업이 검찰기소나 형사재판을 받게 되면 컨소시엄도 리스크를 지게 된다. 또 금융당국은 대주주가 제재를 받아 자금 확보에 제약이 발생할 경우 인가를 신청한 컨소시엄의 대응 계획, 다른 주주의 출자 확약서 등 이행담보방안을 징구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불법 대출이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진 상태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이미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지분 11.9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최근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가 미뤄지면서 관련 기대이익은 무산됐지만, 실적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순이익을 흡수 중이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 성공적으로 출범하면 우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2곳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게 된다. 이 경우 대주주로서 이해충돌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이 같은 논란에도 우리은행과의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CD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자금조달의 금리와 한도 등 조건을 개선하는 목적을 중심으로 한 은행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 컨소시엄 구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투자 의향을 밝힌 추가 기업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은행과 긍정적인 관계를 지속해 왔으며, 부당대출 등 이슈와 무관하게 협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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