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 품질 중심의 혁신 전략을 도입한다. 반복되는 품질 이슈로 하락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전사적인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DX부문 산하에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 위원장에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을 선임했다. 한 부회장은 생활가전(DA)사업부장도 겸직 중으로, 맡은 역할이 더 확대됐다. 품질혁신위원회는 전사 품질 문제 해결과 소비자 신뢰 회복을 목표로, 품질 이슈를 체계적으로 점검할 전망이다.
현재 DX부문은 사업부서별로 상품 기획과 개발, 생산, 판매 전 과정에서 품질을 관리 중이다. 잠재적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사고 발생 시 주요 경영진에 즉각 보고할 수 있는 대응 프로세스도 갖췄다. 특히 신제품의 경우 개발 완료 후에도 까다로운 내구성 테스트와 실사용 환결 검증을 거쳐야 생산 시작이 가능한 구조로 알려졌다.
하지만 품질 이슈는 반복되고 있다. 최근 '갤럭시버즈3 프로' 품질 논란, 갤럭시폰 패턴 오류 사태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고 이건희 회장 시절 '애니콜 화형식'으로 상징되던 '품질 경영' 기치가 흔들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품질혁신위원회 설립이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품질 관리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삼성전자의 판매보증 충당부채는 2조66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5254억원)과 비교해 5.4% 증가했다. 판매보증 충당부채는 출고된 제품의 품질보증과 교환, 하자보수, 사후서비스 등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비용을 추정해 계상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구체적으로 부문별 충당부채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이 중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과 가전, TV 등을 다루는 DX부문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거래는 주로 기업간거래(B2B)로 이뤄져 품질보증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품질보증 충당부채는 매출과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해당 금액의 증가는 단순한 매출 증가 외에도 갤럭시버즈3 프로 등 소비자 신뢰를 저하시킨 품질 이슈가 일부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 문제가 부각되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율 개선과 제조 원가 절감을 통해 품질보증 비용을 최소화하고, 불량률을 줄이는 동시에 프리미엄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DX부문의 핵심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품질혁신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미 DX부문별 품질담당이 있는 만큼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 이른바 '옥상옥' 형태의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신 위원회 명칭처럼 한 부회장이 전사 품질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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