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 검토에 나서면서 그간 닫혀 있던 업계 내 M&A(인수합병)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완화에 나선 이후 첫 사례인 만큼 성사 여부에 따라 저축은행간 M&A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IB(투자은행)업계 및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이달부터 약 2주간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 계열사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실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OK금융그룹의 OK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과 치열한 업계 선두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13조7926억원으로 14조8211억원인 SBI저축은행과 1조원가량 차이가 난다. 그런만큼 2조7554억원(3분기 기준)인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업계 1위 저축은행 그룹으로 올라서게 된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시 영업권역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확대가 이뤄진다. OK저축은행의 경우 현재 서울권과 충청·전라권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은 경기·인천지역 영업권을 갖고 있다. 인수가 성사되면 수도권 전체에서 영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실사 및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내로 인수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권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전망되는 만큼 이후 다른 저축은행들도 본격적인 M&A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 영업권을 갖고 있는 중형급 저축은행들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당분간 매각에 나서지 않는 쪽으로 최근 방향을 튼 만큼 실질적인 대상은 이전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HB저축은행의 경우 매각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저축은행도 한화생명이 지분인수를 하면서 매물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됐다.
다만 관건은 인수대상이 될 저축은행들의 가격이다. 경기침체 및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여파로 부실이 확대된 만큼 가격 협상이 가능할지가 변수다. 실사 대상이 된 상상인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부실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실사 때보다 평가액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인수가가 1500억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상인저축은행에 내려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충족명령도 매각자보다는 매수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측은 집행정지 소송을 통해 매각 시일은 벌었지만 그룹 재편 차원에서 매각이 불가피한 만큼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끝낼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 업권 한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은 놔두면 놔둘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희망 매각가를 고집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