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VC) 인터베스트가 운용 중인 사모펀드가 항암제 개발사 오름테라퓨틱 투자로 원금의 3배 수준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터베스트오픈이노베이션사모펀드(이하 오픈이노베이션PEF)는 지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오름테라퓨틱에 총 101억원을 투자해 80만3주(공모 후 3.73%)를 취득했다. 오름테라퓨틱의 수요 전 기업가치가 77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오픈이노베이션PEF의 잔여지분가치는 300억원을 넘어선다.
오픈이노베이션PEF는 인터베스트가 운용 중인 유일한 사모펀드로 지난 2020년 조성했다. 펀드 규모는 2400억원으로 작년에 결성한 인터베스트딥테크투자조합(3122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인터베스트는 오픈이노베이션PEF 외 인터베스트바이오헬스케어전문투자조합과 인터베스트4차산업혁명투자조합Ⅱ 등 세 곳의 투자기구(비히클)를 동원해 오름테라퓨틱 주식 234만3657주(공모 후 10.56%)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관투자자 중 가장 많은 보유량이다.
오름테라퓨틱은 표적단백질분해제(TPD)를 사용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물질을 개발 중이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에 전달하는 기술로 항체와 결합한 TPD가 암 유발 물질과 맞닿아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오름테라퓨틱은 위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에 백혈병 치료 후보물질 'ORM-6151'을 135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기술이전 실적은 이번 기업가치 산정에 주요 근거로 사용됐다. 오름테라퓨틱은 올해 반기 기준 최근 1년간 순이익에 유사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기술이전이 이뤄진 지난 하반기 오름테라퓨틱의 당기순이익은 849억원이다.
여기에 한미약품·JW중외제약·HK이노엔의 평균 PER 20.98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상장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평가액에 48.27%의 할인율을 적용해 추산가를 7700억원으로 조정했다. 앞서 오픈이노베이션PEF가 2021년 투자 당시 오름테라퓨틱의 기업가치는 2138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근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점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오름테라퓨틱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유방암 치료 후보물질 'ORM-5029'의 임상시험을 전면 중단했다. 임상 1상 과정에서 환자에게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상 임상 1상은 신약의 안전성을 평가하며 신약 개발의 1차 관문으로 여겨진다. 1상을 통과해야만 후속 시험을 통해 약효를 검증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름테라퓨틱의 신약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주들이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거래소 차원에서 이들 제품의 약효를 입증하는 과정이 까다로워졌다"며 "약효 입증과 관련된 2, 3상이 아닌 1상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이 오는 27일 마무리되는 가운데 희망가 3만~3만6000원 범위 내에서 공모가가 결정되면 오름테라퓨틱의 시가총액은 6400억~7700억원 사이로 평가받는다. 공모가가 희망가 하단에서 형성될 시 오픈이노베이션PEF 지분 가치는 24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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