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엔젤레스(미국)=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차그룹의 첫 외국인 CEO(최고경영자)로 낙점된 호세 무뇨스(Jos é Muñoz) 사장이 '한국형 CEO'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과 외국에서의 체류 비중을 7대 3으로 맞추고, 현대차의 강점인 '빨리빨리'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보이면서다.
무뇨스 사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소재한 'LA컨벤션 센터'에서 '2024 LA오토쇼 출장 기자단'과 합동 인터뷰를 갖고 각종 현안에 대해 답했다. 현재 현대차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맡고 있는 무뇨스 사장이 차기 현대차 CEO로 발탁된 후 국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뇨스 사장은 내년 1월부터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사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먼저 무뇨스 사장은 '1호 외국인 CEO' 타이틀을 안겨 준 현대차에 거듭 감사의 뜻을 보였다. 그는 "정의선 회장과 함께 일하는 분들로부터 (정 회장은)좋은 성과와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 국적 등을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놀라운 결정을 내려준 데 대해 정말 감사드리며 영광스럽고 겸손한 마음이 드는 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자들로부터 '앞으로 현대차의 전략이 바뀌는 건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미 저희가 실행하고 있는 전략들이 잘 작동되고 있는 만큼 장재훈 사장께서 미리 구축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근무지와 관련해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해 한국 근무를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무뇨스 사장은 "지난 6년 동안 매달 한국을 찾고 있는데, 방한 때마다 '치맥'과 '피맥'을 즐기다 보니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며 "정 회장께서 '한국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만큼 한국에서 70%를, 미국 등 다른 대륙에서 나머지 30% 정도를 보내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뇨스 사장은 한국에서의 근무가 현대차를 이해하는 데 있어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의 기업문화인 '빨리빨리'를 계승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현대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빨리빨리' 문화인데, 저는 이 문화를 발전시켜 '빨리빨리 미리미리'(빨리 하되 미리 하자는 취지)라고 부른다"며 "제가 평소에도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데, 이러한 빨리빨리 정신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빨리빨리 문화가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동화 전환 속도에 맞춘 다양한 시나리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응력을 갖췄다는 점에서다. 그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생산라인 한 곳에서 6개 모델이 만들어질 만큼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며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경우 내연기관(ICE),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생산을 늘려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지아주(主) 신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혼류 생산이 가능하도록 구축한 것도 전기차 캐즘 장기화를 염두한 차원이다. 7조원을 투입한 HMGMA에서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9 뿐 아니라 향후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도 이뤄진다. 지난달 일부 가동에 들어간 HMGMA는 내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약 3000에이커(약 367만평) 규모의 부지에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시설 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공장 등이 들어선다"며 "이미 생산에 들어간 아이오닉5의 뒤를 이어 내년 1분기경 아이오닉9 생산을 시작하고, 1년 정도 뒤에는 하이브리드 차량도 해당 공장에 도입한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동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준비도 선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월 단위로 전기차를 구독하는 서비스인 이볼브플러스(EVOLVE+)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라며 "지난 몇 달 동안 경쟁사 점유율이 떨어진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점유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혁신적 아이디어 덕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인해 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현대차가 미국에 전동화 투자를 결정한 것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이 도입되기 전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분야에서의 세제혜택 존폐와는 무관하게 미국 현지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대미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G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무뇨스 사장은 "이제 막 협업을 시작한 만큼 상세한 내용을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두 회사가 지니고 있는 캐파(CAPA·생산능력)를 활용해 차량 공급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며, 전동화 관련 기술도 공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곧 세부적인 협약 내용이 공개가 될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고 첨언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Waymo)와의 연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현대차는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아이오닉5에 적용하기로 했다. 무뇨스 사장은 "이번 협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머잖아 최첨단 차세대 로보택시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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